매일신문

급행 1번 '대구공항 경유' 딜레마

놔두자니 승객수 너무 적고 없애자니 상징성 포기 부담

17일 오후 대구공항 내 버스승강장에서 한 승객이 급행1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7일 오후 대구공항 내 버스승강장에서 한 승객이 급행1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팔공산에 자주 가는 주부 권모(31'대구 동구 불로동) 씨는 시내버스 급행1번(달서구~시내~대구공항~팔공산)을 탈 때마다 의아한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버스는 일반버스보다 빨리 가야하는 급행버스인데 승객이 없다시피 한 대구공항 내부로 간 뒤 다시 공항 옆 정류소에 또 정차한다는 것이다. 권 씨는 "공항을 들어갔다 나오는데만 5분 이상 걸린다. 조금만 걸어나오면 버스 정류소가 있는데 굳이 두 곳이나 정차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급행1번 버스가 대구공항 정류소에서 타고 내리는 승객이 거의 없지만 공항 안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노선이라는 상징성을 포기하기 어렵다고 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공항 정류소에서 급행1번을 타는 승객은 하루 평균(9월 기준) 2.8명에 불과하고 공항에서 내리는 승객도 하루 평균 9명에 그치고 있다. 배차 간격이 12분인 급행1번이 하루 80회 이상 거쳐가는 점을 감안하면 버스를 타고 내리는 승객이 시간 당 1명도 되지 않는 셈이다.

이는 공항 안에서 버스를 타는 수요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대구공항 앞을 지나는 시내버스는 101-1, 401, 719, 급행1, 동구2, 팔공1, 2 등 7개 노선이다. 일반 시내버스 노선이 많아 굳이 공항 이용객이 급행1번을 타고 동구 불로동이나 팔공산 동화사집단시설지구까지 갈 이유가 없다. 시내버스를 타고 공항을 찾는 여행객 수요도 찾기 힘들다.

한번 버스가 대구공항을 들고 날 때마다 시간은 5분 이상 소요된다. 이 때문에 승객들은 불만이 적지 않다. 거의 매일 급행1번을 탄다는 석모(45) 씨는 "조금만 걸어나오면 정류소가 또 있는데 굳이 두 곳에 멈춰서 연료와 시간을 낭비하는 지 모르겠다"며 "더구나 급행1번은 정류소 수를 줄여 빨리 가도록 한 급행버스인 취지를 무색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대구시는 공항 내 급행1 정류소 폐지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 대구공항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따라 신설한 노선이어서 다시 폐지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것.

대구시 관계자는 "효율 측면에서는 버스 정류소를 없애야 하지만 공항 안으로 들어오는 유일한 정류소를 없애기가 쉽지 않다"며 "급행버스 대신 다른 노선 버스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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