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전세 가격이 폭등하면서 집 없는 서민들이 때아닌 '이산가족'이 되고, 일부 서민들은 전세가 상승을 못 이겨 무리하게 집을 사거나, 월세로 전환되면서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 대구의 전세 수요는 폭증하는데 공급은 제자리걸음을 하다시피해 서민들의 고통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전세 못 구해 '이산가족'
지난해 결혼한 초등학교 교사 서모(28'여) 씨는 요즘 때아닌 '이산가족'이 됐다. 서 씨 부부는 전세 아파트를 찾지 못해 남편은 시댁이 있는 수성구에 살고, 서 씨는 달서구 상인동 친정에서 살고 있다. 그는 출산휴가가 끝나면서 직장과 가깝고 친정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달서구에 집을 구하려 했지만 전세 가격이 워낙 올라 마땅한 집을 구할 수 없었다. 서 씨는 "80㎡(20평형대) 크기의 아파트 전세가가 9천만~1억원이나 되고 그나마도 찾기 힘들다"며 "집을 구할 수 있을 때까지 친정 신세를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 쉬었다.
황모(44'여) 씨도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해 가족들과 흩어져 지내고 있다. 고등학생인 딸은 황 씨와 함께 친정에서 지내고 남편은 북구에 있는 시가에서 당분간 지내기로 했다. 주인이 올 11월 계약 만기를 앞두고 원래 1억원이던 전세금을 4천만원이나 올려달라고 한 것. 황 씨는 "당초 전세금 1억원을 마련하느라 이미 은행빚을 지고 있었던 터라 또다시 대출 부담을 떠안을 수 없어 1억원으로 마련할 수 있는 아파트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집 빚쟁이 전락
전셋집 찾기를 포기하고 무리하게 빚을 내 아예 집을 사는 경우도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부동산으로 '한몫' 잡기 위해 빚을 내던 것과는 달라진 양상. 직장인 정모(33) 씨는 최근 8천900만원을 주고 달서구 진천동에 있는 80㎡ 크기의 아파트를 샀다. 4천만원으로 전세를 구했지만 아파트를 구할 수 없었다는 것. 정 씨는 전세가와 주택 가격이 1천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얘기에 은행에서 5천만원을 대출받았다. 집은 샀지만 당장 대출금 상환에 비상이 걸렸다. 정 씨는 "전세가가 언제 안정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마냥 기다릴 수도 없었다"며 "매달 30만원 이상 이자 갚기도 벅찬 형편"이라고 말했다.
대구 인근 도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결혼 1년차 직장인 이모(29) 씨는 지난달 2월 경북 구미에서 80㎡형 아파트를 샀다. 결혼을 석 달 앞두고 어렵사리 구한 아파트였지만 전세로 할 경우 8천만원, 매매가는 8천500만원이었다. 빚지지 않고 전세로 결혼 생활을 꾸리려 했던 이 씨는 결국 은행에서 4천만원을 대출받았다.
이 씨는 "구미 아파트 전세 가격이 이렇게 비싼지 몰랐다. 대출금 상환과 이자 부담이 너무 힘겹다"고 했다.
◆월세 인생으로 다시 돌아와
주거비 부담이 적은 전셋집에 살던 저소득층 주민들의 경우 월세로 전환하면서 가계가 흔들리고 있다. 방 두 칸짜리 다세대주택에서 전세 3천만원을 주고 살던 최모(38'여'서구)는 최근 월세 20만원의 다세대주택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집주인이 전세 500만원을 더 올려주던지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했기 때문.
최 씨는 공장에 다니는 남편과 공공근로로 자신이 버는 170만원으로 네 식구가 빠듯하게 사는 형편에 은행 대출로 전세 비용을 도저히 마련할 수 없었다. 그는 "안 그래도 빠듯한 형편에 월세 부담까지 늘면서 더욱 허리띠를 졸라맬 처지가 됐다"며 "당장 내년에 집주인이 월세를 올려달라고 요구할까 봐 좌불안석"이라고 푸념했다.
부동산114 이진우 대구지사장은 "대구에 1인 가구가 증가하고 단독주택을 팔고 아파트로 가려는 사람들의 전세 수요가 몰리지만 공급이 부족해 빚어진 현상으로 3년 전 '역전세' 대란과는 완전히 딴 판"이라며 "당분간 전세가 고공행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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