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육군이병 부모 "아들 매일 맞고 살아"
외박을 나와 자살한 육군 이병의 유족이 구타 등 가혹행위 피해를 주장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6일 숨진 김모(사망 당시 20) 이병의 부모는 18일 국군 함평병원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아들이 제대를 앞둔 선임병의 구타와 폭언을 고민하다가 자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26일 광주의 한 부대에 배치된 김 이병은 어머니에게 전화해 "나 매일 맞고 혼난다. 자살하고 싶다. 고참이 불을 꺼놓거나 CCTV 없는 곳에서 때린다. 욕은 기본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병의 부모는 아들의 친구들이 가혹행위 사례를 적어 건네준 쪽지도 보여줬다.
김 이병의 한 친구는 쪽지에서 "(김 이병이) 뺨 맞아서 얼굴이 부었음. 선임들이 무슨 짓이나 말을 하든 뺨을 때림. 여자동기가 면회를 왔는데 그 여자를 갖고 싶다면서 부추김. 대답했다고, 쳐다본다고, 안 쳐다본다고, 목소리 크다고, 작다고 뺨을 때림"이라고 썼다.
다른 친구들도 "(김 이병이) 의가사 제대를 위해 소주병으로 십자인대 파열을 노렸으나 무릎만 부음", "안 맞는 날은 더 이상한 날이다", "술이 마시고 싶다→철모 두 번 원샷→구타"라고 김 이병으로부터 들은 피해사례를 적었다.
김 이병의 아버지는 "군부대에 따지자 경미한 구타라고 하기에 선임들이 제대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참으라고 오히려 아들을 타일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 "병장들에게 사과라도 받으려 했더니 헌병대에서는 부대로 신병을 넘겼다 하고, 부대는 헌병대에서 조사중이라고 주장했다"며 "처음부터 부대는 책임 있는 조치 없이 감추기에만 급급하다"고 말했다.
부모의 항의에 부대는 김 이병을 부대 내 다른 중대로 전출했으나 부대 인원이 많지 않아 기존 선임의 괴롭힘은 계속됐다고 부모는 주장했다.
부대는 이병 5명을 면담했으며 구타나 폭언을 한 의혹이 있는 병장 2명을 상대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대의 한 관계자는 "면담 결과 한차례 구타가 이뤄진 의혹이 있지만 경미한 것으로 판단됐다"며 "헌병대 조사를 통해 유족과 친구들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 해당자들을 군법대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사건 진상규명과 가해 병사들의 사과 및 조문을 요구하며 장례를 거부하다가 이날 오전 가해자로 지목된 2명의 병장을 포함해 김 이병과 같은 중대 소속 사병 10여 명이 장례식장을 찾은 뒤 장례를 치렀다.
김 이병의 아버지(49)는 "장례식장에 온 두 병장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며 "군에서 제대로 수사해주지 않는다면 인권위에 제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두 병장의 혐의 인정 여부에 대해 군 당국 측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 아직 말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히며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김 이병의 가족에게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병은 16일 오전 7시50분께 광주 광산구 모 중학교 숙직실 앞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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