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한울림 정철원(45) 대표에게는 '노력파' '열정파'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그만큼 정 대표는 요즘 대구 연극계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정 대표가 연극인들 사이에 높이 평가받는 것은 꾸준하면서도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젊은 배우들을 키우려는 그의 확고한 철학 때문이다.
"극단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항상 생각해요. 좋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도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지만 젊은 단원들의 실력을 키우는 것도 그에 못지않죠. 젊은 단원들이 주도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결국 대구 연극이 발전하는 것이지요."
지역 연극계에서 정 대표가 이끄는 극단 한울림은 단연 돋보인다. 대부분 극단은 자체 단원이 별로 없는데다 공연이 있을 때마다 급하게 외부 단원들을 섭외해 공연하는 실정이다. 그와 달리 극단 한울림에는 등록 단원 수만 30명으로 지역 극단 가운데 가장 많다. 더욱이 상근 단원이 12명이나 된다. 이는 재정적으로 열악한 지역 연극계 현실 속에서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최소한 12명의 배우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쉼 없이 공연이나 행사를 만들어내야 하죠. 그러다 보니 항상 바쁠 수밖에 없죠."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갔지만 한때 극단 운영이 어려워 벼랑 끝에 몰릴 때도 있었다. 극단 한울림은 1997년 극단 객석과 무대에서 분리, 창단됐다. 초창기만 해도 정 대표는 의욕이 앞섰다. 계속 극단을 키우고자 일을 크게 벌였다. 그러다 보니 빚이 계속 늘어갔다. "2001년쯤 빚이 눈덩이처럼 불었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그 빚을 갚으려고 동분서주했죠. 그때부터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빚을 갚을 수 있는 일이면 닥치는 대로 했어요. 정신없이 일했죠. 3년가량 지나니까 어느 정도 빚을 갚을 수 있었죠.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그때 경험이 이후 극단 경영을 하는 데 큰 자산이 되었어요."
젊은 연극제 유치, 서울극단과의 교류전 등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정 대표가 이번에 내놓은 것은 극단 자체로 여는 첫 연극제 '제1회 한울림 골목연극제'(~12월 18일)다. 특히 이번 연극제는 젊은 단원들이 공연 전반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상근 단원 12명이 자신들이 공연하고 싶은 작품 2개를 각각 선정, 전체 단원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해서 최고 득점부터 차례대로 3개 작품을 뽑았다. 이후 뽑힌 작품을 팀별로 나눠 제작에서 연기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 공연 후 서포터스(심사위원)를 통해 작품 평가도 한다.
"이번 연극제는 내부적으로 젊은 단원들의 긍정적 경쟁의식을 심기 위해서죠. 단원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한 한 방법이죠. 이 같은 시도는 대구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모든 것을 단원들 눈높이에서 진행하지요." 정 대표는 한발 물러서 마케팅 및 제작비 정도만 지원할 뿐이다.
극단 한울림은 자체적으로 훈련 커리큘럼을 갖고 있다. 정 대표는 한울림의 훈련 커리큘럼은 서울 대학로에 내놓아도 손색없다고 자신했다. "많은 극단이 한 명의 배우를 키우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다 보니 이를 등한시하고 근시안적으로 운영하고 있죠. 하지만 장기적으로 연극이 발전하려면 극단이 배우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 대표의 꿈은 극단 한울림이 대구 극단의 범주를 넘어 우리나라 대표 극단으로 우뚝 서는 것이다. 무엇보다 극단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데, 1차 목표가 앞으로 극단 한울림만의 색깔을 가진 훌륭한 작품 5개를 만들어내는 것. 이를 위해 오늘도 그는 연극과 극단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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