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드 수수료 인하요구, 유흥업소 "우리는 왜 빼나"

자영업자들의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음식업중앙회에 이어 주유소협회가 대형마트 등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집단행동에 들어간 데 이어 유흥업과 귀금속 업체들도 동참에 나섰다.

유흥업 종사자들은 내달 대규모 공동 집회를 통해 카드 수수료 인하를 강력히 촉구할 방침이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수수료율을 내리라는 전방위 압박에 굴복해 17일 중소가맹점 범위를 연매출 2억원 미만으로 하고 수수료율을 1.80% 이하로 인하하는 방안을 내놓았으나, 적용 대상에서 유흥 및 사치업종은 제외됐다.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비씨카드 등은 당초 카드 수수료 개선 방안을 발표할 때 모든 업종에 적용한다고 밝혔을 뿐 유흥업은 빠진다는 점은 적시하지 않았었다.

수수료 인하 조치에서 제외된 업종은 룸살롱, 스탠드바, 극장식당, 나이트클럽, 카바레, 단란주점, 유흥주점, 귀금속점, 골동품점, 예술품점, 다단계판매점, 전자오락실, 성인용품판매점, 안마업 등이다.

카드사들은 이들 업종에 대해 이용료와 봉사료까지 합친 비용에 4.5%의 수수료율을 매기고 있다.

이는 카드사가 매기는 업종별 수수료율 중 최고 수준. 대부분 업종의 수수료율은 최소 1% 중반대에서 최대 3% 중반대이다.

오호석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회장은 "강남 등 일부 지역을 빼면 대다수 유흥업주는 20∼30평 남짓한 가게에서 생계형으로 장사하는 이들"이라며 "이용료와 봉사료를 별도로 떼어놓고 보면 실제로 카드수수료만 9%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흥업계는 내달 20일께 대규모 공동시위를 통해 카드 수수료 인하를 강력히 촉구하기로 했다.

현재 유흥음식업중앙회 소속 회원사는 2만5천 개며 종사자는 60만 명 정도다. 이번 공동 시위에는 학원, 음식업, 숙박업, 부동산중개업 등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회원들도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수수료 인하를 가장 먼저 들고나온 음식점 업주들은 18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7만여 명이 참석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음식점 업주들이 단체 행동을 벌이는 것은 지난 2004년 여의도에서 솥단지를 던지며 세제 개선을 촉구했던 '솥단지 시위' 이후 7년 만이다.

이날 대회에서 업주들은 "대기업보다 영세 외식업체에 높은 수수료율을 물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카드사들은 당장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신금융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전국 음식점의 가맹 수수료는 평균 2.65% 수준으로,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업주들의 지적이다.

특히 신용카드사에서 수수료율을 0.2% 포인트 낮추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상인들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인하 운동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회 관계자는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 검토 대상 업체들은 1억2천만원 이하 영세 업체들로, 이들은 항상 휴'폐업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0.2% 포인트 정도를 낮춰주는 것으로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주유소 업주들도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는 집회를 20일 가진다.

협회 관계자는 "주유소 마진이 5~6%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1.5%나 돼 대책이 필요하다"며 "카드사는 유류가격 상승 시 동반 상승하는 수수료로 이득을 보지만 주유소는 고유가에 따른 소비 감소와 카드수수료 부담으로 경영난이 심해진다"고 주장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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