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규리의 시와 함께] 대낮

얇고 투명한 커튼은 하얀 낮달을 싸안고 침묵한지 오래다

피말려 살아온 세월이 녹녹하지 않음은 저 구부러져

누워있는 등허리가 말해준다

내몸의 물관과 체관을 정신없이 오르며 잊고 있던 그 것,

피마른 자국마다 피워낸다는 아, 저승꽃

박주영

 

이 시, 고요하고 춥다. 무언가 한없이 미안하다. 비스듬한 햇살 사이 마른 버즘 날리는 대낮의 빈 방이 선연하게 떠오른다. 오래 전 누워있는 한 사람의 굽은 등, 어머니. 어머니의 세월을 훔쳐 달아난 식솔들이 어머니를 잊고 사는 동안 비오고 바람 불었다.

내 어머니께서도 병상에 누워계셨다. 그 어머니의 말할 수 없는 세월들 고스란히 등에 허리에 들어 그 통증 돌아 누울 수도 없다. 어머니 누워서 생각하느니 정신없이 오르내렸던 생의 파란만장이 저 낮달처럼 희미할 뿐, 일생이 외지고 축축한 자리였을 뿐.

아무 위안도 되지 않는 내리사랑의 슬픔. 늙은 어미 침대에 두고 전부 제 자식 챙기느라 바람처럼 다녀갔다. 이 불효도 바람처럼 문병하고 돌아왔었다. 이젠 얇은 커튼이 추운 늦가을 날, 모로 누워 세상의 어머니들은 생각하실 거다. 창틈 바람은 추운데 왜 이리 목숨이 질긴지, 그래도 내 자식들은 잘 살아라 부디 잘 살아라.

시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