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평화봉사단원으로 1972년 대구가톨릭대(당시 효성여대)에서 영어교육 봉사를 했던 한 미국인 여성이 39년 만에 대구가톨릭대를 방문한 사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 드비토(Mary Patricia DeVito·64) 씨는 19일 남편(Michael Anthony DeVito·66)과 함께 대구가톨릭대를 방문해 캠퍼스를 돌아보며 옛 효성여대 캠퍼스(대구시 남구 봉덕동)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시절을 회상했다.
1970년 미국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온 그녀는 대구 성명여중에서 2년간 영어를 지도했고, 1972년 효성여대 영어영문학과에서 약 1년간 영어회화를 가르쳤다고 한다. 드비토 씨는 당시 캠퍼스에서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사진 속의 자신과 동료의 모습을 가리키기도 했다.
그러나 1972년 10월 유신체제 출범을 위한 계엄령이 전국에 선포됨에 따라 군인들에 의해 강제로 캠퍼스를 떠나게 됐다고 했다. 그녀는 "정이 많이 들었던 학생들에게 작별인사도 못하고 한국을 떠났던 일이 정말 가슴 아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평화봉사단에서 만난 남편과 1970년 대구 황금성당에서 결혼한 그녀에게 대구는 여전히 추억이 많은 도시로 기억되고 있다.
드비토 씨의 이번 한국 방문은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에 의해 이루어졌다. 재단 측은 과거 우리나라에서 봉사한 미국 평화봉사단원이 과거 자신이 봉사했던 곳을 방문해 한국의 사회'경제적 발전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2008년부터 초청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드비토 씨는 교내 박물관의 전시물을 보면서 과거의 모습을 떠올렸다. "한국이 이렇게 잘사는 나라로 발전한 것이 매우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그녀는 대구가톨릭대의 글로벌 프로그램과 해외봉사활동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외국에서 유학 온 학생이 얼마나 되는지, 외국인 교수는 몇 명인지 물어보기도 했다. 한 해 100여 명의 학생이 외국에서 봉사활동을 펼친다는 말을 듣고는 만족감을 보였다.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다른 나라를 도와주는 나라로 발전한 사실이 더없이 고맙다고 했다.
당시 학교 터는 아파트단지가 들어섰고 현재는 표지석만 남아 있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캠퍼스의 규모, 재학생수가 당시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성장한 것에 대해 매우 놀라워했다.
그녀는 대구가톨릭대의 취업·창업센터, 각 단과대학 건물, 기숙사 등을 차례로 둘러보며, 캠퍼스가 넓고 시설도 훌륭하다며 감탄을 연발했다.
드비토 씨 부부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 살고 있으며, 부인은 피마 카운티(Pima County)에서 사회복지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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