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도대체 이 나라가 과연 법과 질서가 있는 나라인가?" 최근 경북 지역 어느 골프장을 다녀온 대구의 한 중견 기업인의 푸념은 우리 사회의 치부를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지인들과 모처럼 주말 골프 운동을 나갔다가 시종일관 고성능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욕설이 섞인 거친 주장과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육두문자가 난무하는 플래카드에 심한 모멸감과 불쾌감을 감출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 한 골프장에서는 상여노래를 틀어놓아 내장객들이 실소를 금치 못한 사례도 있었다.
골프장 조성 공사 과정에서 해결되지 못한 채무 관계와 토지 보상 등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고 이로 인한 정당한 시위와 농성도 뒤따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방법이 너무도 사회적인 통념과 윤리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수많은 타인들에게 피해를 줄 권리는 없는 것이며, 국민 정서와도 어긋나는 이 같은 행태를 오불관언하고 있는 사회 풍토 또한 뭔가 잘못되었다는 얘기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전문 시위꾼까지 생겨났다. 이들은 전국의 분규 현장을 주유하듯 단골 시위꾼으로 나타나 불법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니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입에서 '이 나라가 과연 법치국가가 맞느냐'는 탄식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설령 자신들의 주장이 아무리 정당하다고 생각한들 그 형식이 너무 거칠면 오히려 사회적 공감을 더 잃기 마련이다. 개인 및 집단 이기주의의 관철을 위한 법질서 무시 세태를 용인하는 국민 정서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논어(論語) 옹야(雍也) 편에 '바탕이 겉꾸밈보다 두드러지면 거칠고(質勝文則野), 겉꾸밈이 바탕보다 두드러지면 사치스럽다(文勝質則史)'란 구절이 있다. 내용과 형식의 변증법적 통일에 관한 논의이다.
내용(質)만 앞세워도 안 되고 형식(文)만 앞세워도 안된다는 공자를 비롯한 유가(儒家)의 가르침이다. 문질(文質)이 알맞게 어울려 빛나는 모습이 빈빈(彬彬)이요, 이것이 곧 중용지도(中庸之道)이기도 하다.
하기야 온통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고 이익의 주장만이 난무하고 있는 듯한 이 혼탁한 시대에 문질빈빈(文質彬彬)이 무슨 대수일까. 그러나 세상만사 내용과 형식 모두가 적절한 절제미를 갖춰야 함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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