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981년 대구시가 직할시로 승격되고 경상북도와 분리된 지 30년이다. 1995년부터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대구경북의 시장, 구청장, 군수를 선거로 뽑은 지도 15년이 지났다. 1991년부터 시'도 광역의회 의원과 시'군'구 기초의회 의원들도 선출했으니 지방의회 역사 역시 20년이 됐다. 대구경북 분리와 지방자치제로 많은 것들이 변했다.
공무원이 늘고 시'도의 예산과 살림살이 규모가 늘어나는 등 외형적으로도 커졌다. 그러나 고민도 생겼다. 30년 딴살림을 한 두 지역의 공통적인 두 가지 현상이 그것이다. 하나는 인구의 정체 혹은 감소 문제다. 두 번째는 대구경북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 시각이다.
대구의 인구는 분리 당시 183만 명에서 2001년 253만 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30년간 70만 명(38%) 늘어난 셈이다. 경북은 318만 명이던 것이 지난해 270만 명으로 같은 기간 48만 명(15%)이 줄었다.
대구의 인구 정체는 분리 당시 2천807곳(5인 이상)이던 제조업체가 2천869개(10인 이상)로 30년 동안 앉은뱅이 성장을 한 데서도 볼 수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제조업 기반이 약해 사람이 몰리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경북 역시 농촌 인구의 도시 유출 등으로 감소세다. 대구경북 인구는 더 줄 전망이다. 2030년 대구는 210만 명, 경북은 223만 명(통계청 자료), 2050년이면 각각 200만 명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구는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또 다른 고민거리를 어떻게 할까. 언젠가부터 따라다니면서 대구경북 사람들을 짓누르는 짐이 돼버린, '대구경북=수구보수 지역'이라며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시각 말이다. 이는 급기야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대구경북 사투리 사용조차 부끄러워하거나 조심해야 하고 대구경북 출신임을 감춰야 할 상황이라는 슬픈 이야기마저 들리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대구 출신으로 충청도의 대학에 있는 한 교수는 "대구경북을 그냥 '이상한 곳'으로 본다"고 당혹해했다.
물론 대구경북은 최근의 이런 곱잖은 시각이 있기 전에도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중국 당나라 힘을 이용한 외세 통일, 사대주의 통일을 했던 신라 지역이었다는 비판이 첫째다. 조선조 뿌리를 내린 유교의 폐쇄적인 문화를 간직한 곳이라는 비판이 두 번째이다. 근대화 산업화 이후 지역감정을 불러일으켰고 독재화 세력과 특정 정치 세력의 지지 기반이었다는 비판이 세 번째다. 여기에 최근 대구경북을 그냥 '이상한 곳'으로 보는 부정적 시각까지 덧칠된 것이다.
몇 년 전 대구경북연구원의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을 떠나고 싶다는 사람들이 20% 가까이 나타난 것은 이런 부정적 시각과 무관할까.
대구경북에는 이런 부정적이고 잘못된 시각을 뒤집고 반박하고도 남을 역사와 문화, 증거들이 너무나 많다. 굳이 변명하거나 해명할 필요도 없다. 1314년 고려 때, 처음 등장한 경상도(慶尙道)가 1896년 경상남북도로 나뉘기 전 600년간 한울타리일 때 대구경북은 우리나라의 핵심이었다. 그 이후 100년간도 그랬다. 경북도가 현재 진행 중인 경북의 혼과 얼을 찾기 위한 정체성 회복 작업도 그런 맥락이다.
대구경북을 질시하는 시각은 분명히 있다. 최근 대구에서 열린 한 공식행사에서 김범일 대구시장이 "우리 지역이 잘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대구를 깎아내리는 사람들이 있다"며 '대구 디스카운트(Discount)'라는 낯선 용어를 사용한 것도 그런 배경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우리 세대에서 대구경북에 쏟아지는 부정적 시각을 바꿔 후손들에게 짐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2011년 세계육상대회의 성공적 개최로 앞으로 '대구 디스카운트'는 '대구 프리미엄(Premium)'이 될 것이다"고 한 김 시장의 말처럼 '대구경북 디스카운트'를 '대구경북 프리미엄'으로 바꿔 놓아야 한다. 이는 대구경북 사람 몫이다. 부정적 씨를 뿌린 우리가 거두어야 한다. '땅에 넘어졌으니 땅을 짚고 일어서야 하지 않겠는가. 땅을 떠나 일어날 수 없다(因地而倒者 因地而起 離地求起 無有是處也)'는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말씀처럼. 대구경북에 산다는 '죄'로 말이다.
鄭仁烈/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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