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극 맛있게 먹기] 연극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 (9) 연극과 영화 혹은 방송드라마

많은 차이 불구하고 인간의 삶 다루는 점 같아

연극과 영화 혹은 흔히 드라마라고 불리는 방송드라마는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단 누구나 알고 있는 쉬운 차이점이라면, 연극은 극장에서 관객을 앞에 두고 배우들이 직접 연기를 보여주지만, 영화 혹은 드라마는 배우들의 연기를 카메라로 촬영해 편집한 화면을 보여준다는 점이 다르다. 이를 현장성 혹은 동시성의 차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오직 라이브성이라고 하는 살아있는 눈앞의 연기만 차이가 있는 것일까? 물론 당연히 그렇지 않다. 연극이 인류의 역사와 거의 함께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을 지니고 있다면 영화는 사진이 발명된 이후에 시간이 더 흘러 탄생한 현대적 개념의 예술이다.

이탈리아인 '까뉴도'는 1911년에 발표한 '제7예술선언'에서 영화를 이미 고대부터 존재했던 건축, 조각, 회화, 음악, 무용, 시와는 다른 제7예술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물론 앞서 말한 여섯 가지 예술에 대해서는 무엇을 빼고 무엇이 들어가야 된다는 등의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할 수 있다. 그 여섯 가지 예술이 모두 포함된 종합예술인 연극이 그 대표적인 예다. 또한 연극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 여섯 가지 예술에 비해 결코 짧지도 않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까뉴도가 영화를 예술의 테두리 안에 넣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실제로 영화는 그 여섯 가지 예술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엮여 있다. 영화 속에 그 모든 예술이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는 까뉴도가 살던 당시와 달리 영화가 예술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물론 예술이 아니라 쓰레기에 가깝다고 할 영화도 있겠지만 이는 다른 예술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나는 문제일 뿐이다.

연극은 배우 중심의 예술 혹은 배우가 꽃인 예술이라면 영화에서는 그 무게가 조금 달라진다. 물론 영화에서도 배우의 중요성은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작가와 감독의 중요도 혹은 비중이 달라진다고나 할까. 연극에서 작가의 존재감 혹은 작품의 완성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연출가의 위치를 위협할 만큼 상당하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연출의 역할을 맡은 감독의 존재감은 상상 그 이상이다. 우리가 유명 영화감독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도 그와 관련이 있다. 영화제작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중요도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영화의 작품성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누가 뭐라고 해도 감독이 지니고 있다. 하지만 연극의 경우에는 작가와 연출이 어느 정도 나눠 가지고 있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영화에서 작가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이는 최근의 경향일 수도 있지만 장르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연극대본을 쓴 작가의 이름은 기억되는 반면에 영화시나리오를 쓴 작가의 이름은 잘 기억되지 않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방송드라마의 경우도 영화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은 영화와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방송드라마는 영화에 비해서 작가의 중요도가 높은데 이는 연극의 특징과 닮아 있다. 물론 배우의 연기를 직접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감독이 의도한 대로 카메라로 촬영해 편집한 화면을 보여준다는 점은 영화와 같다. 관객이 자신이 보고 싶은 부분을 보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감독이 관객 혹은 시청자가 보기를 바라는 부분만을 촬영해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의 시선은 감독이 카메라를 통해 미리 지정해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텔레비전용 영화라고 할 수 있는 단막극과 달리 장편드라마, 미니시리즈 등에서는 제작비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제작기간 단축 등의 현실적 여건으로 인하여 연출이 두 명 이상인 경우도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중심이 필요하고 결국 그 역할은 작가가 맡게 되기 때문이다. 더 실질적인 이유로는 시청률에서 힘을 지니고 있는 인기작가 혹은 원로작가와의 힘 대결에서 연출자가 밀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연극과 영화 혹은 방송드라마는 역사, 기술, 표현방법 등에서 엄청나게 큰 차이를 보이는 예술임에는 분명하다. 다만 연극처럼 눈앞에서 펼쳐지느냐의 현장성, 영화나 방송드라마처럼 영상편집 등의 새로운 기술이나 연극에서는 보여주기 힘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느냐의 차이가 연극과 영화 혹은 방송드라마를 서로 닮은 것 같으면서도 때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한 느낌을 만들어내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인간의 삶을 다루는 '극'이라는 점에서는 분명히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안희철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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