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유럽문화의 태동이 되었던 르네상스운동의 근원지인 피렌체(Firenze)는 도시 전체가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아 1982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메디치(Medici)가(家)의 열렬한 후원을 받은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의 여러 예술가들이 도시 곳곳에 남긴 자랑스러운 예술품들은 피렌체를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예술 도시로 탄생시킨 것이다.
이러한 피렌체가 자리한 토스카나주는 웅장한 아펜니노산맥과 티레니아해 사이에 위치해 예로부터 풍부한 자연산물과 중세시대에 이루어진 경제적 부흥의 영향으로 육류와 해산물, 그리고 각종 채소요리가 다양하게 발전했고, 음식문화 수준 또한 높다. 이를 뒷받침해주듯, 메디치가 사람들이 그들의 음식을 프랑스에 전파했으며, 오늘날 프랑스 요리의 원조가 토스카나 음식(Cucina toscana)이라고 한다.
필자가 피렌체의 요리학교에서 수학할 당시, 토스카나 출신의 지인 초대로 경험했던 전통적인 토스카나의 정찬식사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음식의 모든 양념은 단지 원재료를 살리기 위함이었으며, 간단하고도 담백한 맛에 세련됨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영락없는 '이탈리아 맛'(Sapore d'Italia)이었다. 이탈리아의 남'북부 지방으로 갈수록 그들만의 개성이 더해져 지방색이 짙은 반면 이탈리아다움이 반감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토스카나주는 오늘날까지도 가장 이탈리아적인 식문화를 묵묵히 이어오고 있어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혹 토스카나(Toscana) 주를 방문한다면 여행 일정을 계획보다 조금 더 길게 잡는 것이 좋다. 피렌체식 '소고기 티본 스테이크'(Bistecca alla Fiorentina) 외에도 우리가 맛봐야 할 그들의 전통 음식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토스카나 지방의 전통 레시피에 따라 만들어지는 각종 생햄(Prosciutto)과 살라메(Salame)들도 그 종류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살코기와 돼지기름의 적절한 배합이 돋보이는 '토스카나식 살라메'(Salame toscano)와 회향풀 씨앗을 넣어 만든 '피노키오나 살라메'(Finocchiona)는 염도가 없는 토스카나의 전통 빵과 잘 어울린다.
예로부터 경제관념이 투철한 피렌체시민의 성향 탓인지 먹고 남은 빵으로 요리하는 음식이 발달했다. 구운 빵에 브랜디 향을 가미한 닭간 소스를 올린 크로스티니(Crostini al fegato), 토마토소스에 굳어진 빵을 넣고 끓인 요리(Pappa al pomodoro), 각종 채소와 나물을 이틀에 나눠 조리하여 빵을 적셔서 즐기는 리볼리따(Ribolita) 등이 토스카나 주의 토속음식들이다.
또 토스카나(Toscana)는 수제 파스타의 시초가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계란을 넣지 않고 물과 밀가루로만 반죽한 것을 손으로 둥글게 밀어내는데, 피렌체 남쪽에 위치한 팔리오(Palio) 축제로 잘 알려진 중세도시 시에나(Siena)에는 우동 면 같은 '피치'(Pici) 파스타가 유명하다.
구릉지대가 대부분인 토스카나 주는 예로부터 야생짐승으로도 다양한 음식을 만든다. 특히 야생토끼 라구 소스 파스타와 멧돼지 스튜에 곁들이는 레드와인의 맛은 가히 환상적이다. 또 닭의 내장과 함께 소 내장도 별미로 즐기는데 특히 피렌체 대표 길거리 음식인 소 막창과 벌집위를 넣은 샌드위치인 '람쁘레도또'(Lampredotto)는 내장을 즐기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한번 맛보면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피사(Pisa)근처에 위치한 항구도시 리보르노(Livorno)의 대표음식인 '까치우코'(Cacciucco)는 다섯 가지 이상의 어패류와 생선에 토마토소스를 넣어 끓이는 해산물 스프로 우리나라의 해물탕과 같은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빈산토(Vin 'santo)와인에 곁들이는 시에나(Siena)의 전통 과자인 빤포르떼(Panforte)는 말린 과일과 꿀향이 두드러져 맛도 좋지만 중세풍의 포장도 예뻐 선물용으로도 훌륭하다. 또한 산도(酸度)가 높은 귀족적인 맛에 왕족과 교황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미켈란젤로의 와인으로도 유명한 베르나챠(Vernaccia di San Gimignano)의 매력에도 흠뻑 빠져보자.
빠빠베로 오너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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