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가면 제비집(燕窩'연와) 요리에 주의해야 할 것 같다. 최근 중국에서 가짜 '혈연'(血燕'빨간색 제비집)이 대량으로 유통돼 논란이 일고 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중국으로 대량 수입된 빨간색 제비집에는 아질산염이 함유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질산염은 육가공품을 만들 때 붉은색을 내기 위한 발색제로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중국 저장성(浙江省) 공상국은 지난 8월 관내에서 유통되는 말레이시아산 빨간색 제비집을 거둬들여 조사한 결과 아질산염 함유량이 1㎏당 평균 4천400㎎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육가공품에 허용되는 아질산염은 1㎏당 30㎎이다.
제비집은 중국 명나라 때부터 고급 음식 재료로 사용돼 왔다. 금사연(金絲燕)이라는 바다제비가 지은 제비집은 유명하다. 이것은 일명 '황제의 음식'으로 불리며 피부 미용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여전히 최고급 요리로 통한다. 특히 중국인들은 금사연이 피를 토하며 빨간색의 제비집을 지었다는 전설에 따라 '혈연'을 최고로 여기고 있다. 가격도 일반 제비집에 비해 아주 비싸다.
이 혈연을 찾는 사람은 자신이 귀한 제비집을 먹을 수 있다는 부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붉은 제비집은 전설일 뿐 실제로는 없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주로 생산되는 제비집은 동굴이나 집 처마에서 지은 제비집으로 백연(白燕'흰색 제비집)과 홍연(紅燕'붉은색 제비집)뿐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6일 저장성 항저우(杭州)의 우양(五洋)호텔에서 말레이시아 멸종위기생물수출입 관리국 간부 등을 사칭한 인물들이 빨간색 제비집은 99%가 진품이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빨간색 제비집의 아질산염 함유량은 기준치를 넘지 않으며, 초과하더라도 몇 시간 물에 담가두고서 씻어주면 아질산염이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공상국이 말레이시아 당국에 확인한 결과 당시 기자회견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빨간 제비집을 유통시키려는 불법 세력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들은 중국인들이 빨간색 제비집을 귀하게 여기며 비싼 가격에도 구입한다는 이유로 많이 찾자 가짜 빨간 제비집을 만들어 대량 유통시키고 있다. 가짜 빨간색 제비집은 일반 하얀 제비집을 박스 안에 넣고 아래위로 제비의 똥을 바른 다음 열을 가해 만들고 있다. 제비의 똥을 찌면 색이 붉게 변한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매년 약 200억 위안의 제비집이 소비되고 있으며 빨간색 제비집의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져있다. 제비집의 가격은 생산지인 말레이시아에서 1g에 6~10위안 하는 것이 홍콩과 중국의 소매상을 거쳐 일반 소비자에게는 50~100위안에 팔리고 있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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