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지내는 대구의 대학병원 외과 교수가 '수도권 원정진료'의 현실을 다소 과장되게 표현한 말이다. 암 같은 큰병이 생겼는데, 형편이 된다면 서울 아니라 미국까지 달려가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지난해 지방 환자들의 수도권 원정진료로 인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출한 진료비가 2조원을 넘어섰다. 2008년 1조6천921억원이었던 진료비 지출이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손숙미 의원(한나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에서 진료받은 지방 거주 환자는 240만7천596명이며, 건보공단이 지출한 총 진료비는 2조1천52억원에 달했다.
수도권 원정진료에 따른 건보공단 진료비 지출이 2조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으로 매년 2천억원 이상 지출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암 치료를 위해 수도권 병원을 찾은 환자는 전체 환자의 5.9%였지만 진료비는 6천43억원으로 28.6%를 차지했다.
암 치료를 위해 수도권을 찾은 환자는 충남이 1만9천230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경남'강원이 그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은 의료비를 수도권에서 지출한 지역 역시 충남으로 40만111명이 수도권 의료기관을 찾아 3천545억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강원'경북'충북이 뒤를 이었고 대도시에서는 부산과 대전에서 수도권 이동 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다.
손숙미 의원은 "교통의 발달로 지방환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환자의 수도권 집중은 보건의료 불균형 심화는 물론 의료인력 중앙집중 현상을 동시에 가져와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좀 더 치료를 잘하는 의사와 병원을 찾기 위한 '원정진료'의 욕구는 분명히 비판의 대상이 아니다. 그렇지만 '무조건 원정진료'는 생각해볼 문제다. 암이라고 하면 무조건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수술은 그렇다치고 수술 이후 방사선 치료나 항암제 치료를 받아야 할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서울을 오간다는 것은 환자로서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수술은 서울에서 하고 이후 치료는 대구에서 하는 환자들도 있다. 그런 환자를 대하는 의사들의 심정은 어떨까? 한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한마디로 김 빠지는 일이죠. 물론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해야 하지만…."
사실 유방암, 갑상선암, 위암 등 흔한 암의 경우 수술이나 치료법은 거의 표준화됐다고 한다. 그리고 대구의 의술은 수준급이다. 암 분야 수술 실적 '베스트 10'에는 대구의 대학병원과 의사 이름을 흔히 볼 수 있다. 환자와 그 가족들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대구 의료계의 반성도 필요하다. '메디시티, 대구'를 구호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왜 환자가 서울(수도권)로 빠져나가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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