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43명이 자살하는 불명예 자살공화국. 2010년엔 1만5천여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자살로 사망할 경우 남은 사람의 상실감은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 자살 유가족들에겐 역시 자살의 그늘이 드리워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영어에서는 이들을 'Survivor'(생존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WHO의 조사결과 한 명의 자살자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6~8명. 이 땅에선 하루 평균 수백 명의 자살 생존자가 탄생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B씨는 딸을 몇 년 전 자살로 잃었다. 그녀는 여전히 딸의 목소리를 듣고, 딸의 얼굴을 보며 생활한다. 집안의 벽면은 꽃다운 딸의 사진으로 가득 차 있고 반대편엔 어미가 딸에게 쓴 편지가 도배되어 있다. 함께 녹음한 노래 테이프를 듣고 또 듣는 그녀. 딸의 자살은 B씨에게 좀처럼 헤어나올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22일 오후 11시 방영되는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당신은 죄인이 아닙니다' 편에서는 자살 유가족의 상처와 고통스러운 삶을 추적한다.
자살 생존자들은 공통적으로 분노, 후회, 자책의 감정을 지닌 채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자살자가 생전에 던져줬던 복선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데서 오는 죄책감이 그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파편적인 암시의 조각들은 쉽사리 알아채기 어렵다고 하지만, 손을 내밀었더라면 하는 후회, 그리고 가족을 버렸다는 분노, 사회적인 통념이 만드는 낙인에 자살 유가족들은 극단적으로 혼란스러운 감정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결국 침묵의 동굴로 들어간다.
가족의 자살 경험 전과 후의 변화를 보면 유족들은 평균 4배 이상의 의료이용 빈도, 3배에 가까운 진료비 변화를 보인다고 한다. 자살 유가족의 자살 시도율은 일반인의 6, 7배에 이른다는 통계도 이들의 고통을 증명한다. 전문의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자살로 잃고 고통받는 사람들은 반드시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그들은 치료를 받아야 하고, 슬픔을 해소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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