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대 남북미 토론회 현장의 진실
경색된 남북관계를 민간 차원에서 풀어보자는 뜻에서 미국 조지아대가 주최한 '남·북·미 3자 트랙 2' 토론회가 20일(현지시간)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흉금을 터놓고 대화해보자"는 주최측의 희망대로 북측은 책임 있는 당국자들을 파견해 주요 현안에 대해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자신들의 본뜻을 알리려는 한국 취재진에는 정작 문호를 열지 않았다. 한국 기자 대부분이 북측의 비협조적이고 위압적 태도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야 했다.
북측 인사들은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들에게 "남조선 언론은 항상 소설을 쓰기 때문에 상대해주기 어렵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기자도 북측 참석자들로부터 폭언을 듣는 등 봉변을 당했다 나중에 사과를 받았다.
세미나 첫날 남측에서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더욱 명확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는데 이에 북측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논란 때와는 달리 강한 불만을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도한 것이 발단이었다.
남측 대표단과 특파원들이 만난 자리에서 참석자가 말한 것을 그대로 전한 것으로, 기자는 이 참석자가 뒤늦게 "사석에서 나온 얘기"라고 바로잡으면서 이를 반영한 종합 기사를 내보냈다.
북측의 항의에 기자가 정정기사를 낸 것으로 보도한 20일자(한국시간) 한 신문의 보도는 사실과 전혀 다른 것이다. 북측 인사 2명이 기자를 불러내 기사를 고치라고 윽박질렀다는 보도 역시 진실이 아니다.
회의장 앞 복도에서 우연히 만난 북측 인사에게 "내가 연합뉴스 기자다"라고 소개하면서 막말 소동이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이 관계자가 문제 삼은 것은 연합뉴스 기사가 아닌, 비공개 원칙을 깬 남측 대표단의 '입'이었다. "남조선 사람들은 안에서 새는 쪽박이 밖에서도 샌다"는 북측 대표의 조롱 섞인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북측 인사는 폐막식 때 마주친 기자에게 "천안함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과한 행동을 했다"며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겠느냐. 미안하게 됐다. 이해해달라"며 손을 건넸다.
하지만, 같은 날 엉뚱한 곳에서 또 다른 소동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인사가 행사장을 오가는 대표단 셔틀버스에 탄 한 한국 기자에게 "너 차에서 당장 내려"라며 안하무인 격의 행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한국 기자들이 수모를 당하는 사이 북측은 '철천지원수'로 여기는 미국의 언론에는 가깝게 다가가려는 모습이었다.
북측 단장인 리종혁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한국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한사코 뿌리치면서도 CNN 방송, AP 통신과 장시간의 인터뷰를 했다.
이국만리에서 만난 한 핏줄인 남측 취재진에게 북측 대표들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의구심과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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