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흘 뒤 서울 민심이 내년 총선·대선 민심 온도계

10·26 이후 정국 어디로

박근혜
박근혜
손학규
손학규
안철수
안철수
문재인
문재인

나흘 뒤면 10'26 서울시장 선거의 승패가 판가름난다. 이번 선거 결과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바로미터다. 정치권이 사활을 걸고 전면전을 치르며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기존 정당을 믿을 수 없다"는 민심은 제1야당이 후보도 못 내는 상황을 만들었고 정치권 밖에 있던 안철수 서울대 교수를 유력 대권주자의 반열에 올렸다. 무엇보다 선거 결과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안 교수는 물론이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야 대선주자들의 행보를 제약하거나 활성화할 것이다. 대선주자들의 위상변화와 더불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정치권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이길 경우

재보선 지원을 통해 대선 행보를 시작한 박 전 대표는 활짝 웃을 것이다. 나 후보의 승리가 전적으로 박 전 대표의 지원 덕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박 전 대표의 '구원등판'이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춤하는 듯하던 '대세론'을 굳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현상'에 대한 면역력도 키워 제2, 제3의 인물의 '깜짝 등장'이 있더라도 돌파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도 절대 열세로 시작한 서울시장 선거에서 신승이라도 한다면 총선과 대선 등 내년 양대 선거에 대해 비관론이 더 우세한 한나라당 주변의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다.

내년에는 특히 중국과 러시아, 미국 등 한반도를 둘러싼 강국들이 모두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는 격변의 시기여서 국내에서도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이 먹힐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여권은 잠재적 대선주자로 자리 잡은 안 교수 검증에 적극적으로 매달릴 가능성이 높다.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깨끗한 이미지였던 박 후보가 병역과 학력, 자녀, 협찬 문제로 각종 의혹에 시달리면서 지지율이 떨어진 점을 고려해서다. 여권이 승리의 바람을 등에 업고 안 교수 검증에 나선다면 내년 대선까지 떨어진 지지율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전 대표 등 여권 내 대선 주자들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 또 야권의 대권 주자군들의 위력이 예상보다 약하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후보군 재편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보조차 내지 못한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는 대권 주자로서의 위상이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책임론을 뒤집어쓰면서 당대표직 사퇴와 함께 조기 전당대회 이야기도 나올 것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서울시장 선거보다 부산 동구청장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적 무게가 달라질 수 있다. 반한나라당 정서로 돌아선데다 노무현 향수까지 인 부산에서의 승리는 문 이사장을 야권 내 유력 주자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패할 경우 문 이사장 대망론은 힘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또한 야권의 위기감이 점증되면서 범야권 대통합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오히려 범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회의론이 일 수도 있다.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이길 경우

일단 박근혜 전 대표는 치명상은 아니더라도 상처를 입는 것이 불가피하다. '대세론'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박 전 대표와 친박 진영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스탠스여야 한다는 위기감을 가질 수도 있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서울에서의 낮은 지지를 확인하면서 내년 대선에서 최대의 승부처인 서울 수도권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대한 특단의 대책 마련도 요구받을 것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체제도 흔들릴 것이다. 이대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책임론이 제기될 것이다. 홍 대표로서는 비상대책위를 꾸리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김문수 경기지사나 정몽준 전 대표의 비중이 확대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를 제치고 대선주자 반열에까지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 손 대표는 박 후보가 승리할 경우 면피는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실상 이 선거에 올인했기 때문에 당장 책임론의 표적에서는 벗어날 것이다. 그렇지만 박 후보가 승리 이후 곧바로 민주당 입당을 거부한다면 이번 선거를 통해 아무런 실속을 챙기지 못했다는 점에서 당내외의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또 범야권 통합의 주도권을 재야에 넘겨줄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손 대표의 발언권 약화 우려도 없지 않다.

한나라당과는 달리 야권은 대선주자군이 난립, 갈등을 겪을 공산도 있다. 야권대통합이 힘을 받겠지만 저마다 대권 후보임을 내세우면 실패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박원순 후보에게 출마를 양보한 안 교수는 높은 지지율을 이어가면서 독보적 위상을 차지할 것이다.

정국 상황을 주시하며 야권통합 모임인 '혁신과 통합'의 일원으로 내년 총선에서 야권 후보단일화 구상에 매진하고 있는 문 이사장도 어느 정도 수혜를 받을 수 있다.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서도 승리한다면 문 이사장의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에 약간 거리를 두고 있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대권 주자 반열에서 조금 더 멀어질 전망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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