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탄생/노마 히데키 지음/김진아'김기연'박수진 옮김/돌베개 펴냄
한국어 교육과 문법 연구에 전념해온 일본인 학자가 문자학과 언어학 이론에 입각해 세계문자사에 빛나는 한글의 과학적인 창제과정을 밝히는 동시에 한글의 효용가치를 실증한 책이다. 책은 한글 창제과정 간단명료하고 매력적인 문체로 풀어냄으로써 일본 학계는 물론 일반 독자층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킨다.
지은이는 '한글은 문화혁명이다'고 말하고, '언어란 무엇이고 문자란 무엇인가?'라는 보편적인 질문을 통해 한글을 통찰한다. 그는 한글 이전의 문자생활, 한글의 창제과정, 지(知)의 판도를 뒤흔든 과정, 한글의 미적 발전에 이르기까지 한글을 입체적으로 뜯어서 살피고 있다.
책은 한글 창제 이전부터 있어 왔던 문자생활과 환경을 꼼꼼히 짚고, 세종대왕과 학자들이 '쓰기'와 '언어'에 대해 무서울 만큼 높은 이해력과 분석력, 창조력을 통해 새로운 문자를 만들었음을 밝혀낸다. 귓가에 들리는 자연의 말소리로부터 '음'의 단위를 추출해내고, 이들을 각각 '자모'로 형상화해 설계해내는 과정은 드라마틱하기까지 하다. 20세기에 이르러서야 정립된 현대 언어학 개념에 당시 학자들이 이미 도달해 있었음을 한글창제과정은 잘 보여준다.
일본인인 지은이는 민족주의적인 맥락이 아닌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관점에서 한글의 구조를 통찰하고 있으며, '소리가 글자가 되는' 놀라운 시스템을 찾아내고, 하나의 글자체계를 뛰어넘은 '말과 소리와 글자'가 함께하는 보편적인 한글의 모습을 그려내는 데 성공한다. 지은이는 도쿄 외국어대학교 대학원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아키타대학교 객원교수다. 이 책으로 마이니치 신문사가 주관하는 제22회 아시아태평양상을 수상했다.
448쪽, 1만5천원.
조두진기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