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념타월, 대부분 이 골목 거쳤죠"…서성∼동산네거리 '대신 타올골목'

답례품 문화 확산 바람 타고 1980년 전후 줄줄이 들어서 지금은 30여

서성로네거리와 동산네거리 사이 큰길가에는 유난히 타월가게들이 많다. 500여m 남짓한 거리에 여기저기 '○○ 타올'이라는 간판들이 붙어있는 이곳이 '대신 타올골목'이다.

각종 행사나 잔치에 방문하면 항상 하나씩 받아오는 타월들은 대부분 골목을 거쳐서 나온 것들이다. 답례품 1순위로 감사의 마음이 담긴 기념타월을 다루다 보니 타월을 다루는 손길은 정성스럽고 상인들의 표정은 항상 밝다.

◆1980년대 이후 답례품 1순위, 타월

'타올골목'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을 전후로 해서다. 옛 동산파출소를 기준으로 동산네거리 쪽에 하나둘 타월가게가 들어서면서 서성네거리 쪽까지 확장됐다. '타올'은 '타월'의 잘못된 표기지만 워낙 오래전부터 대구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어 골목의 이름은 고유명사로 쓰이고 있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타월은 귀한 선물이었다. 60대 한 골목상인은 "지금은 70세부터 인생시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지만 당시에는 70세를 넘기는 분이 흔치 않아서 칠순잔치 정도에나 타월선물을 볼 수 있었다"며 "시골에서는 타월이 귀해 닳아서 입지 못하는 면속옷으로 타월을 대신했다"고 말했다.

타월 선물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축하할 만한 일이 있을 때 답례품을 나눠주는 문화가 확산됐고 주는 사람에게 부담이 적고 받는 사람에게도 유용한 타월이 적당했던 것. 결혼식 답례품, 개업 기념품 등으로 큰 인기를 끌고 목욕탕과 숙박업소가 늘면서 타올골목도 함께 커갔다.

1980년대 후반부터 골목에서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타월가게들은 지금은 30여 개에 달하고 아이의 돌잔치부터 기업이나 개인 홍보용, 각종 행사 기념품 까지 행사라는 행사에는 거의 대부분 타월 선물이 빠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새롭게 가게를 열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 한 상인은 "타월선물이 보편화되다 보니 가게를 시작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골목을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하지만 보이는 것보다 손이 많이 가고 유통마진이 그리 크지 않아서 젊은 사람들은 알아보다 쉽게 포기한다"고 말했다.

◆타월산업이 이어가는 섬유도시 대구

섬유도시 대구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타월이다. 타월이 유명한 도시는 대구와 부산, 대전이다. 부산의 송월타월, 대전의 한빛타월 그리고 대구는 신광타월과 영신타월이 이름을 날리고 있다. 요즘 자주 보이는 외국 브랜드가 찍힌 타월들도 사실은 국내에서 제작한 것으로 로열티를 주고 브랜드만 사용한다.

대구에서는 신광과 영신을 포함해 5군데 정도가 탄탄하게 타월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타월 물량의 40%가량은 대구에서 만들어지고 품질이 좋아 각 지역으로 팔려나간다.

타월 산업에도 한때 위기가 있었다. 중국 제품들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월 업체들은 기계 설비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제품의 질을 높였고, 결국 가격만을 무기로 내세운 중국 상품에 판정승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타월가게들의 노력도 한몫을 했다. 상인들은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유통마진을 많이 남길 수 있기는 하지만 상인들 스스로가 중국 상품을 가게에 들이지 않았다"며 "거래처에 좋은 물건을 납품하려는 이유와 함께 지역 업체들을 살리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못하는 타월 유통

'타올골목'에서 취급하는 타월들은 거의가 대구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골목가게들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타월을 받아 단순히 유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에도 참여한다. 고객들이 주문한 문구를 새기거나 상장에 포장하는 일 등은 타월가게가 하고 있다. 문구를 새기는 일도 예전에는 단순히 나염 인쇄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실 자체로 글자를 새겨 넣거나 사진을 붙이는 등 작업이 복잡해지고 있다.

갈수록 업체들이 늘고 인터넷쇼핑몰도 등장하면서 예전만큼은 못하다는 것이 상인들의 얘기다. 예전에는 경북지역 물량도 대구에서 소화했지만 4, 5년 전부터는 지역마다 타월가게가 생기기 시작해 그마저도 많이 줄었다. 그래도 상인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한다. "요즘 각종 유통업계에 대기업 진출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타월은 단순 유통이 아니고 사람 손이 가야하는 일이다 보니 인건비 때문에 대기업들은 다룰 수 없는 일이죠. 그런 자부심과 함께 손님들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보람이 골목상인들의 힘입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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