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도난청 인공와우 이식술

소아도 조기진단하면 '잃어버린 소리' 되찾는다

올해 세 살인 민지는 한국인 아버지와 캄보디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2009년 2월생인 민지는 태어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뇌수막염을 앓게 됐고 결국 청각장애 진단을 받았다. 양쪽 귀에 보청기를 끼고도 주위 소리나 말에 대한 반응이 없었다. 이 때문에 나이보다 언어발달이 1년 이상 늦었다. 의사소통은 사람들의 표정이나 몸짓(주세요, 이리 와, 빠이빠이 등)을 이해해 반응했고, 옹알이도 했지만 대부분 의사표현은 몸짓(머리 박치기, 고개 젓기, 손잡고 끌기 등)을 사용했다. 민지가 다시 소리와 만난 것은 지난 2월부터. 경북대병원에서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받고 청각재활을 시작했다.

인공와우를 착용한 지 7개월여가 흘러서야 민지는 세상의 모든 소리들을 들을 수 있게 됐다. 말소리를 듣고 언어를 배우고, 언어를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엄마, 아빠, 빠이빠이, 멍멍" 등을 말할 수 있게 됐다.

◆달팽이관 심어주는 인공와우 이식술

자연의 소리부터 도시의 소음까지 사람이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약 40만 가지나 된다. 하지만 신생아 1천 명당 1명은 고도난청으로 소리와 만나지 못하고, 이 밖에 많은 사람들이 소리를 잃은 채 살아가고 있다. 소리는 일단 귓바퀴에 모여 고막을 진동시키며 소리 듣는 뼈인 이소골을 통해 달팽이관에 전달된다. 이것이 몸 안에서 미세한 전기 신호로 바뀌고, 그 신호가 청신경을 자극해 뇌에서 소리를 이해하게 된다. 이런 과정 중 한 곳만 잘못 돼도 소리를 듣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난청은 정도에 따라 경도난청부터 대화가 불가능한 전농(全聾)까지 5단계로 나뉘며, 전농은 대부분 달팽이관, 즉 와우의 문제이다. 인공와우 이식술은 보청기로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인공와우를 심어 뇌가 소리를 인지하도록 만들어주는 수술을 말한다. 인공와우 이식은 고도 이상 난청 환자의 재활치료에 필수적인 방법이며 특히 소아에서는 청각이 언어와 지능 발달 및 교육 측면에서 필수적이기 때문에 조기 진단을 통해 인공와우 이식술의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와우 이식술, 경북대병원에서 400건

지난 30년 동안 세계적으로 20만 건 이상의 인공와우 이식이 이뤄졌다. 우리나라에선 1988년부터 약 4천 명에게 인공와우가 이식됐으며, 경북대병원 이비인후과에서만 약 400명에게 수술이 시행됐다. 우리나라 인구의 0.44%에 달하는 사람이 40dB 이상의 난청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약 0.1%는 80dB의 고도난청이나 전농으로 인공와우 이식술의 잠정 대상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차츰 대상기준이 확대되고 있지만 현재 성인 기준은 양쪽 귀에 고도난청 이상의 영구적 감각신경성 난청이 있고, 보청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3~6개월간 청력 재활교육을 받아도 효과가 없는 경우이다. 그러나 말초 및 중추 청각신경계 기능이 어느 정도 남아 있어야 하며, 청각기관 구조의 심한 이상이 없어야 한다.

인공와우를 이식한 후에는 언어 재활치료를 시행한다. 언어치료는 환자 개개인의 필요와 수준에 따른 일대일의 개별화된 치료'교육 프로그램으로 주 1, 2회 실시한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부모나 양육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경북대병원 이비인후과 이상흔(의무부총장) 교수는 "앞으로 5년 내에 와우 이식기의 완전 체내 이식도 가능할 것"이라며 "아울러 소음이 있는 환경 속에서도 말 소리와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했다.

◆지역 최대 규모 의료관련 학회 열려

한편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 이비인후과학교실이 주최하는 '제8차 아시아-태평양 인공와우학회'가 25~28일 대구컨벤션센터(EXCO)에서 열린다. 2년마다 열리는 이 학회는 이상흔 경북대 의무부총장이 회장을 맡고 있다.

이 부총장은 수년간 노력한 끝에 이번 학회의 대구 유치에 성공했다. 의학관련 국제행사로는 대구에서 가장 큰 규모로 개최되는 학회이며, 전세계 32개국 이상에서 1천200여 명의 의학자, 연구자, 청각사, 언어치료사들이 모인다.

이들은 보청기로도 들을 수 없는 고도난청 환자들에 대한 인공와우의 최신 수술경험과 연구결과, 새로운 기계 소개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이상흔 부총장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 개최에 힘입어 학회 참가자들에게 대구와 경주의 아름다운 경치와 문화를 소개하는 동시에 지역의 의료역량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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