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 복합환승센터가 환승센터 본연의 취지와 엇나가고 있다.
지난 4월 협약 체결 이후 대구시-신세계 환승센터 개발안은 환승 교통시설과 함께 교통 혼잡을 유발하는 초대형 복합쇼핑몰 중심으로 짜이고 있으나, 대구시 교통 대책은 신세계'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수익 사업에 휘둘려 오히려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승센터는 대구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결정 짓는 대표적 지역 개발 사업이다. 대구시가 사업의 첫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는 교통 대책 수립 단계에서부터 대기업 개발사에 '양보'를 거듭하다 보면 동대구 역세권 개발이라는 환승센터의 대의(大義)가 신세계 상업시설 개발로 변질될 수 있고, 자칫 환승센터가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 아니라 대기업 수익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엇나가는 동대구역 개발 사업
시와 신세계의 동대구역 우회전 진입로 개설은 당초 계획에서 훨씬 후퇴했을 뿐 아니라 동대구 역세권 개발 사업과 엇나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구시는 2년 전부터 40년 이상 노후시설물로 쇠락하고 있는 동대구역 주변을 대구의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목표 아래 동대구역광장 이미지 개선 사업을 구상해 왔다.
시는 지난해 국비 1천350억원을 확보, 2014년 12월까지 1만8천398㎡의 동대구역 광장을 새로 꾸미기로 했다. 동대구역 광장에 휴게공간, 조경시설, 분수시설 등을 설치하고, 철도역 정문 앞과 맞은편에 버스승강장을 신설해 환승객 편리를 도모하기로 계획했다.
그러나 시가 환승센터 교통 대책으로 복합환승센터~효목삼거리 연결 도로 대신 동대구로 우회전 진입로를 선택하면서 동대구역광장 이미지 개선 사업까지 지장을 받고 있다. 우회전 진입로가 동대구역광장을 가로지르게 돼 미관 개선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는 것. 시와 신세계는 우회전 진입로를 터널형으로 설계할 계획으로, 자칫 광장을 단절시키는 경관 장애물로 전락할 수 있다.
시와 신세계는 터널 상부를 일부 덮고, 수공간(분수 및 폭포) 및 조형물을 설치해 광장 이미지 개선에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동대구역 조망권 훼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동대구역광장 이미지 개선 사업 주관 부서(도시주택국) 공무원들은 "동대구역에 서서 광장을 내려다보면 터널 반대편을 바라볼 수 없다"며 "광장 단절을 최소화하더라도 보행권 침해와 환승 이동 시간 증가에 따른 이용객 불편은 어쩔 수 없다"고 우려했다.
◆누구를 위한 환승센터 사업인가
복합환승센터 교통 대책이 후퇴하면 결과적으로 개발사(신세계)가 유리해진다. 당장 신세계는 환승센터~효목삼거리 연결 도로 철회로 240억원의 공사비 절감 혜택을 입게 됐다.
코레일 역시 골칫거리로 남아 있던 철도부지 수익 사업을 해결했다. 신세계 측이 47억원을 투자해 환승센터 박차지 및 골프장, 연회장 등을 건설할 것으로 알려져 양측이 윈-윈 효과를 낼 수 있는 것. 대구시민의 환승센터 이용 불편이 신세계와 코레일에게는 오히려 수익이 되는 셈이다.
신세계는 또 대구시와의 줄다리기 협상에서 벗어나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신세계는 동대구로 우회전 진입로 합의 직후 미국 유명 건축설계사무소(KPF)와 환승센터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시에 따르면 신세계 측은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부산 센텀시티점(8만여 평)보다 1만여 평 정도 확장해 가칭 동대구몰 조성에 나설 계획으로 전해졌다.
대구시는 연말쯤 국토해양부에 사업시행자 공식 지정을 요청할 예정으로, 신세계는 내년 4월부터 6개월간 토지보상 협의에 들어가 2012년 12월 착공, 2015년 6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는 "대구시가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신세계 측을 배려하다 보면 영남권 교통 거점이라는 복합환승센터 건설 취지기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신세계를 끌고 가야 할 시가 오히려 끌려다니는 꼴이 된다"며 "시가 누구를 위한 환승센터 사업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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