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당, '安風'에 또 한방 먹었다

박원순 실컷 지원 하고도 안철수 교수에 功 뺏길판

민주당이 제1야당의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내년 12월에 치러질 제18대 대통령 선거 전초전 격인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도 못한데 이어 박빙으로 펼쳐지고 있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전의 무게 중심 역할 역시 지금껏 들인 공은 간 데 없이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게 내주고 말았다.

민주당 내부에선 향후 안철수 교수-박원순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가 주도하는 새로운 정당 설립이 추진될 경우 민주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손학규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들이 사력을 다하며 박빙의 승부로 끌고 가고 있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안 교수 등장으로 들썩이고 있다"며 "자칫 지금까지 민주당 지도부의 노력은 오간 데 없고 모든 성과가 안 교수에게 가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박 후보에 대한 안 교수의 선거 지원이 이뤄진 24일에도 겉으로는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속으로는 탐탁지 않은 심기를 드러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교수의 박 후보 지지에 대한 언급을 삼가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으며 손 대표는 "민주당원과 지지층이 움직이면서 승기를 잡았다"며 '민주당 주도론'을 강조했다.

더불어 우상호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본부 대변인 역시 안 교수의 박 후보 지원 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안 교수의 지지메세지가 담긴 편지를 "레터인가 뭔가"라고 표현해 떨떠름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내년 4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와 12월 대통령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민주당과 안철수 교수-박원순 후보가 주도하는 정치세력 간 충돌이 시점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진보성향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민의 요구와 눈높이 맞게 정치권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이 순리가 아니겠느냐"며 "국민들이 기존 정치권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그 때는 대안이 등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에선 민주당과 시민사회 진영이 '각자의 길'을 갈지, '헤쳐 모여' 식의 재편 과정을 밟을 지는 야권 및 진보성향 시민사회진영 지도부들의 정치력에 달려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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