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泰 수재민 "언제쯤 귀가할 수 있을지.."

泰 수재민 "언제쯤 귀가할 수 있을지.."

"집에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홍수 사태가 계속돼 언제쯤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할 수가 없어 답답할 뿐이다"

25일 오후 태국 수재민들이 모여 있는 방콕 동부의 랏차망칼라 경기장. 50년만에 발생한 최악의 홍수를 피해 각지에서 몰려든 200여명의 수재민들이 지친 모습으로 옹기 종기 모여 있었다.

경기장 사무실을 임시로 개조해 만든 보호센터는 수재민들이 황급하게 챙겨온 가재 도구와 각종 사무실 집기들이 뒤엉켜 있어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보호센터 입구에는 수재민들이 화장실에서 빨래를 한 옷가지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어 이들의 고단한 생활을 엿보게 했다.

홍수로 학교에 가지 않게 된 어린이들은 마냥 신이난 듯 웃고 떠들며 장난을 치고 있었지만 어른들은 앞날을 걱정하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중부 나콘싸완주(州)의 홍수 지역에서 빠져나온 쑤파니(여, 42)는 "3주전 순식간에 물이 허리까지 차면서 집을 빠져나왔다"면서 "집에 돌아가고 싶은데 언제쯤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쑤파니는 "홍수 피해 지역 확대로 임시 보호센터도 물에 잠기는 사태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곳이 네번째 보호센터"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랏차망칼라 경기장이 세번째로 피신한 보호센터라고 소개한 아룬(남, 39)은 "물이 나를 쫓아 다니는 것 같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재민들은 홍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감도 거리낌없이 쏟아냈다.

중부의 아유타야주에서 왔다는 완차이는 "정부가 홍수 사태를 막기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오락가락하는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고 믿을 수 있는 것은 나 자신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태국 중·북부에서 석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홍수로 침수 피해를 본 28개주(州)에 랏차망칼라 경기장 같은 임시 보호센터가 1천200여개 가까이 운영되고 있다.

태국 정치·경제의 중심지인 수도 방콕도 대대적인 침수 위기에 직면하면서 안전한 지역으로 탈출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 외국인 주재원들은 사재기 현상으로 방콕에서 생수 등 필수품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데다 침수 사태가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가족들과 함께 본국으로 철수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주재원들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가족들을 파타야 등 홍수 피해에서 벗어나 있는 지역으로 피신시키고 있다. 한 대기업은 주재원 가족들이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비행기표를 예매해 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기업의 한 주재원은 "방콕 전역이 물에 잠기지는 않더라도 침수 사태가 악화하면 정전, 수돗물 공급 중단 등으로 한동안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돼 가족들을 파타야로 이번주 초에 보냈다"고 전했다.

방콕 중심가에 위치한 한인 식당가도 홍수 사태에 대한 불안감으로 종업원들이 대거 출근을 하지 않아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식당 업주인 Y모씨는 "며칠전부터 종업원들이 나오지 않아 가게 운영이 쉽지 않다"며 "공급 부족으로 채소 등 재료 가격도 치솟고 있어 휴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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