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불상이 조각된 삼국시대 마애암각군이 대구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특히 반가삼존상은 국내 최초로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26일 경주 위덕대박물관에 따르면 전국의 마애탑(바위에 새긴 탑)을 조사하던 중 최근 대구시 북구 읍내동에서 마애불상을 확인하고 조사한 결과 불상과 보살상, 승려상, 속인공양상 등 32구와 1기의 선각 9층탑 등 모두 33개의 상(像)이 확인됐다.
발견된 암각군은 높이 180㎝의 본존상부터 18㎝의 소상(小像)까지로 유적이나 상의 크기는 비교적 작지만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도상이 새겨진 경주 남산 탑곡 마애조상군(보물 제201호)에 새겨진 도상 총수 29개를 능가하고 있다.
W자를 뒤집어 놓은 상태의 가운데 모서리에 높은 부조로 조각된 읍내동 마애불상의 손 모습은 시무외인(施無畏印)과 여원인(與願印)을 하고 있는데, 삼국시대 불상으로서는 상태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본존불상의 얼굴 부분은 바위면 전체가 북동쪽을 향하고 있어 햇살은 잘 들지 않았고, 양쪽에 삼산보관을 쓴 협시보살과 승려 2인(오른쪽), 공양 중인 속인 2인(왼쪽) 등 6상을 거느리고 있다.
또 좌우의 바깥면에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크고 작은 25구의 선각 불'보살상이 어우러져 장엄한 불세계(佛世界)를 연출하고 있다.
마애불상 우측 2면 상단에서 밝게 웃고 있는 반가삼존상은 바위에 새겨진 것으로는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국보 제84호)의 협시보살, 경주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상군(국보 제199호, 7세기 전반), 충주 봉황리 마애불상군(보물 제1401호, 삼국시대), 이천 장암리 마애보살반가상(보물 제982호, 고려시대 981년) 등 4개의 예에 불과하다. 더구나 3개의 반가상이 함께 조각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반가상과 여래상이 같이 새겨져 있을 경우에는 본존불의 손 모양이 모두 시무외인과 여원인을 하고 있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박물관 측은 이번에 나타난 의상(倚像) 3상도 매우 드문 것이라고 밝혔다.
읍내동 마애불은 유적의 위치로 보아 경주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상군(국보 제199호, 7세기 전반), 충주 봉황리 마애불상군(보물 제1401호, 삼국시대) 등의 유적과 연관성을 살필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와 함께 본존 우측에는 협시보살상 1개와 승려상 2개, 좌측에는 협시보살상 1개와 속인상 2개가 있는데, 두건이나 사각형 모자, 의상 등은 배치구도의 특이함과 함께 복식사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위덕대박물관은 "읍내동 마애불상 좌우 바위면에 다수의 삼국시대 선각 조각상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본존불을 제외한 협시 및 소상들은 모두 선각상이지만, 늦어도 7세기 전반기 삼국시대의 다양한 불상이 한 바위면에 새겨진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박홍국 위덕대박물관장은 "읍내동 마애불상군은 다양한 크기와 모습의 삼국시대 불상 박물관과 같은 국내 유일의 유적으로, 불교조각사, 복식사, 도상학, 불교사상사 및 삼국시대 마애불의 전파경로, '한국식 석굴사원' 성립과정 연구에 획기적인 유적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尹 탄핵심판 선고 앞 폭동 예고글 확산…이재명 "반드시 대가 치를 것"
노태악 선관위원장 "자녀 특혜 채용 통렬히 반성" 대국민 사과
[단독] '애국가 부른게 죄?' 이철우 지사,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돼
[시대의 창-김노주] 소크라테스의 변론
선관위 사무총장 "채용 비리와 부정 선거는 연관 없어…부실 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