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생활주택 주차장을 어찌할거나
도시형생활주택의 주차공간을 두고 건설업계와 지방자치단체가 갈등을 빚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전세난 완화를 위해 도시형생활주택의 주차장 설치기준을 '3가구당 1대' 꼴로 완화하는 등 각종 지원책을 마련함에 따라 건설사들이 앞다퉈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에 나섰지만 정작 지자체는 인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견 건설사인 S건축은 성남시 수정구 단대동의 상업지역에 부지를 매입해 100여가구 상당의 도시형생활주택을 조성하는 자체사업을 추진했으나 1가구당 1대씩 주차공간을 확보하라는 조례에 발이 묶여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성남시는 도시형생활주택도 공동주택이기 때문에 '성남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로 정한 공동주택의 주차장 설치기준인 가구당 1대를 충족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S건축 관계자는 26일 "성남에서 추진했던 도시형생활주택 3개 프로젝트가 1년 가까이 중단된 상태"라면서 "주택법대로 짓겠다는데 하위법인 지자체 조례를 빌미로 허가를 내주지 않으니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수도권에서 도시형생활주택 분양을 앞둔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당초 자투리땅을 활용해서 대중교통을 기반으로 생활하는 1~2인 가구에 맞춤형 주택을 제공하기 위한 건데 다 아파트처럼 지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가구당 1대씩 주차장을 설치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소형아파트를 짓는 것과 다를 바 없고 도시형생활주택을 공급할 만한 사업지를 찾기도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대다수 대형 건설사들이 도시형생활주택 사업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도 서울 및 수도권에서 적당한 가격의 도심·역세권 부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인데 주차기준 완화 메리트를 적용받지 못하면 사업성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주차난이 불보듯 훤한데 방치할 수 없다는 지자체 입장도 완강하다.
성남시 주택과 관계자는 "구시가지에서는 이미 대로변에 2~3중으로 불법 주차를 하는 등 주차난이 심각한다"면서 "(허가를 내주면) 당장은 좋을 지 몰라도 이런 주택이 늘어나면 도시 기능이 마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건설업체의 불만과 민원이 끊이지 않고 국토해양부에서도 조례를 개정하라는 압박이 들어왔지만 3가구당 1대로는 기반시설이 너무 부족하다"면서 '1가구당 주차장 1대' 원칙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성남시는 건축법을 근거로 주차공간이 적은 도시형생활주택의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1단계(건축허가)에서 '함량미달' 주택을 걸러내 주차기준을 완화한 주택법이 적용되는 2단계(사업승인)로 넘어오지 못하게 하는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도 현행 기준대로 공사를 진행하면 도시형생활주택의 주차난이 극심해질 것으로 보고 자체적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GS건설[006360]과 쌍용건설[012650] 등은 사업지 인근 공영주차장에 협조를 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이 활성화된 일본의 사례를 연구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차를 살 때 주거지에 차고지가 있다는 증명서를 내야 하고, 도시형생활주택 등지의 한정된 주차공간에 대해서는 매월 선착순으로 접수해 사용료를 내고 쓰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시형생활주택이 차 없는 서민을 위한 집이라고 하지만 월세 수십만원씩 내는 사람들이 차가 없겠느냐"면서 "입주자의 차량소유를 규제할 수도 없고 무작정 주차장을 만들어 분양가를 올릴 수도 없고 우리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박사는 "정부가 전세난 완화를 위해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을 독려하면서 주차규제가 완화됐지만 장기적으로 진행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면서 "조만간 주차규제를 다시 손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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