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메디시티 대구' vs '서울 원정진료'

유명 관광도시가 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고 한다. 그 지역 주민들이 행복하고 주거 환경에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역 주민들이 내 고장에 대해 자긍심은커녕 불만과 불편을 갖고 있다면 그 지역은 행복한 곳이 아니며, 따라서 훌륭한 관광도시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민에게도 만족을 주지 못하는 도시가 어떻게 외지 손님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냐는 의미다.

같은 맥락에서 '메디시티 대구'에 대해 어쭙잖은 의견을 내본다. '메디시티 대구'는 말 그대로 대구를 의료도시로 특화하겠다는 사업이다. 대구시는 지역 선도산업으로 의료산업을 육성해 ▷5년 후 전국 최고의 의료도시 ▷10년 후 동북아시아 최고의 의료도시 ▷15년 후 세계 3대 첨단의료산업도시 또는 의료서비스도시를 만들겠다는 장밋빛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대구시는 '메디시티 대구'를 선포하고 여러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친절'코디네이터 교육을 하는가 하면, 의료관광발전협의회를 조직했고 의료관광객 유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주는 대구시가 정한 '대구의료주간'. 의료주간에는 지역 최대 의료전문전시회인 '대한민국건강의료산업전' '대한민국한방엑스포'뿐만 아니라 올해 처음 기획한 '대구 의료관광 바이어 초청 세미나 및 전시회' 등 의료 관련 행사들이 동시에 열린다. 이런 행사들은 의료기관들에 마케팅 기회를 제공해 역외 환자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지역) 환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정작 지역 환자들은 서울로 빠져나가고 있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치는 꼴이다. '메디시티 대구'란 말이 무색하다. 물론 '서울 원정 진료'는 대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방 환자들의 수도권 원정 진료로 인해 지출한 진료비가 2조 원을 넘어섰다. 2008년 1조 6천921억 원이었던 진료비 지출이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에서 진료받은 지방 거주 환자는 240만 7천596명이다. 특히 암 치료를 위해 수도권 병원을 찾은 환자는 전체 환자의 5.9%였지만 진료비는 6천43억 원으로 28.6%에 이른다.

'서울 원정 진료'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메디시티 대구'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지 못하거나 외면한 상태에서 추진하는 정책은 성공 가능성이 낮다. 자칫 '정치적 프로파겐다'란 오해도 살 수 있다. '메디시티 대구'가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외부 마케팅에 앞서 내부 마케팅에 중점을 둬야 한다. 지역 주민들에게조차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의료 서비스로 어떻게 국내외 유수의 경쟁자들을 상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지역 주민들은 왜 암과 같은 중증 질환에 걸리면 서울의 대형 병원을 찾는 것일까? 이유를 두 가지로 좁혀봤다.

첫째는 '정보의 부재'다. 가족이 중병에 걸리면 명의나 치료를 잘하는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필요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나 가족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큰 병원' '유명 병원'이다. 의료 서비스는 유형의 상품과 달리 '무형재'이며, '경험재'(경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속성)이기 때문에 의료기관을 선택할 때'권위와 명성' '시설과 규모'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 '메디시티 대구'를 처음 추진할 당시 의료기관 이용에 도움이 될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흐지부지됐다.

둘째는 '공급자 중심'이다. 지역 의료기관들은 10년 전부터 환자(소비자) 중심의 진료 시스템 구축을 외쳐왔다. 척추센터, 암센터 등의 이름을 내걸고 여러 진료과의 전문의들이 통합 진료 또는 협진을 하는 체제를 만든다고 했으나,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 불만은 또 있다. 왜 대학병원에서는 야간과 휴일에 외래 진료를 하지 않는가? 사람들이 날을 정해 놓고 다치거나 아플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응급센터로 가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응급센터에서 신속하게 전문의 진료를 받는 일이 쉬운 일인가?

이 같은 지적들은 우리 지역에만 국한된 문제들은 아니다.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선 시스템과 의식의 변화뿐만 아니라 돈과 인력이 더 들어야 한다. 그래서 쉽지 않다. 하지만 '메디시티'를 꿈꾸는 대구에서는 과감한 시도와 지혜가 필요하다.

김교영/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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