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공연장을 찾을 때 접하게 되는 공연예술을 살펴보면 오케스트라 협연 같은 클래식 연주회, 독창이나 합창의 성악공연, 오페라, 무용극, 연극, 뮤지컬, 넌버벌, 콘서트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종류가 다양하다. 하지만 크게 아울러 보면 음악, 무용, 연극 등 몇 가지로 줄여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경우 뮤지컬은 어느 쪽으로 분류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 때문에 논란의 여지는 있을 수 있다. 어떤 이는 뮤지컬을 독립된 공연예술 장르로 구분하겠지만 어떤 이는 연극의 테두리 안으로 넣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어떤 이는 뮤지컬을 음악의 테두리 안으로 넣을 수도 있다. 어쨌든 뮤지컬을 어느 테두리 안으로 넣느냐의 문제는 뮤지컬의 구성요소 중에서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가의 차이일 뿐이다. 다시 말해 뮤지컬을 독립된 공연예술 장르로 보든 연극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는 개념으로 보든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뮤지컬이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는 공연예술 장르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뮤지컬과 함께 21세기 들어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공연 형식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넌버벌' 공연이다.
넌버벌은 연극의 한 형식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뮤지컬로 불리기도 하는 독특한 공연예술 장르이자 남녀노소, 인종, 국가를 불문하고 오늘날 관객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새로운 공연예술 장르 중 하나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인류의 역사와 그 역사를 함께하고 있는 연극의 초기 형태이기도 하다. 언어가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몸짓에 의존했던 원시적 형태의 공연들을 오늘날의 시각에서 본다면 넌버벌 공연이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확한 의미에서 말하자면 넌버벌 공연은 언어 혹은 말이라고 하는 대사가 없는 공연이다. 우리가 익히 듣거나 보아서 알고 있는 공연들 즉 '점프' '난타'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등이 바로 넌버벌 공연에 속한다. 이 공연들은 한국에서 만들었지만 세계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공연들로 한국의 여러 공연예술 장르 중에서 산업화, 상품화의 효과가 가장 큰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에도 한국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사 없이 몸으로 이야기와 주제 등을 전달하며 재미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세계화의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넌버벌 공연의 특징이다. 물론 짧은 말이나 감탄사 등은 빈번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언어를 통해 극의 흐름을 진행시키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의 몸짓에 의존하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연극과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연극에 출연하는 화술이 뛰어난 배우들과 달리 몸을 잘 쓰는 배우, 즉 춤이나 무술, 악기 연주 등에 뛰어난 배우들이 주로 넌버벌 공연의 배우로 등장한다. 오랜 시간 몸을 활용하는 예술이나 운동을 해 온 사람들이 넌버벌 공연의 주요 배우인 셈이다. 그래서 배우 훈련의 과정에서 화술 훈련이 필요 없을 수는 있으나 표정연기 등 대사훈련을 제외한 모든 과정은 일반적인 배우 훈련과 비슷하다. 오히려 몸으로만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는 한계 때문에 조금은 과장된 연기나 좀 더 다채로운 연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넌버벌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사의 공백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음악이다. 전 세계인의 공통어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은 넌버벌 공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면서 배우의 몸 이외에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인종이나 국가를 떠나 인간의 심장을 요동치게 해 열광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렬한 음악의 힘이야말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넌버벌 공연의 필수요소이다. 그런 점 때문에 넌버벌 공연은 연극이기도 하고 뮤지컬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화려한 의상과 조명, 기발한 무대장치, 상상을 초월하는 영상 등 다양한 특수효과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한마디로 넌버벌 공연은 볼거리가 풍성하면서 언어장벽이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관객에게 받은 사랑, 그 이상의 사랑을 받으며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것이다.
안희철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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