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사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17세 때 '만약 매일매일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산다면 언젠가는 분명히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33년 동안 매일 거울을 보며 이렇게 자문자답했다고 한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밤이라면 회의와 이 여성 중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그러니까 '오늘이 내 인생에 마지막 날이라도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을 할까' 스스로 물었던 것이다. 잡스는 회의가 아니라 여성과 저녁 식사를 택했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영웅도 죽고 필부도 죽는다. 안방에서 죽고, 길에서 죽고, 닥쳐온 죽음을 알고 정갈하게 죽음을 기다리다가도 죽고, 예기치 못해 놀란 눈을 뜨고 죽기도 한다. 어떤 이는 억울하지만 입을 다문 채 죽음을 받아들이고, 어떤 이는 극렬하게 저항하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을 받아들이기에는 피가 너무 뜨거웠기에 '일 년만 더, 하루만 더를' 소원했던 사람들도 많다.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하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에서 오다 노부나가는 전국 통일을 눈앞에 둔 어느 날 혼노사(本能寺)에서 부하인 아케치 미쓰히데의 습격을 받고 자살했다. 믿었던 부하가 모반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그는 무방비 상태에서 그것도 자기진영에서 부하의 칼에 죽었다.
노부나가 자신은 물론 아내까지 창을 들고 반란자들과 사투를 벌였지만 역부족이었다. 포위된 상태, 불타는 절 건물, 이미 끝장난 싸움에서 오다 노부나가는 "일 년만 더 시간이 있다면, 아니 한 달만, 아니 단 하루만 더 내게 주어진다면"이라고 절규했다. 반란자들이 문앞에까지 닥치자 그는 자살했다.
오다 노부나가가 '단 하루'를 절규하며 죽었다면, 오다 노부나가에 이어 일본 전국을 통일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병들어 죽기 전 아직 어린 자식(당시 5세 안팎)을 보살펴 달라며 가신들에게 애원했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목숨도 영지도 내놓아야 했던 부하들 앞에 그는 무릎을 꿇고 절하며 울었다.
"내가 죽고 난 뒤에 제발 내 자식을 배신하지 말고, 죽이지 말라. 보호하고 후원해 달라. 부탁한다."
누구든 죽음이 두렵다. 육체의 물리적 소멸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 익숙한 주변과의 이별, 들어본 적도 상상할 수도 없는 곳으로의 길 떠남이 내키지 않는 것이다. 더불어 누구나 '살아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어떤 이는 '천하통일'을 이룩하고 싶었고, 어떤 이는 기우는 나라(청나라의 신하 양희정)를 구하고 싶었고, 어떤 필부는 '살아오는 동안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고 싶었'고, 또 어떤 이는 '마땅히 자신이 해야만 했지만 하지 못했던 말과 일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싶었'다.
그러니 우리가 아무리 '오늘을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산다고 하더라도 '한'은 남는다. '오늘을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는 잡스의 말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지만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살았던 잡스에게도 죽음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일정이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늘을 마지막 날처럼' 사는 열정과 함께 '내가 다 운반할 수 없는 인생의 짐을 수긍'할 줄 아는 체념인지도 모른다. 232쪽.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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