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회 제2의원회관 신축, 의원실 2배 늘린다니…

기존 국회 의원회관 복도의 모습. 각 의원실은 의원실을 찾는 행정부 공무원 및 민원인들을 응대할 공간이 부족해 복도에 테이블과 의자를 내놓고 복도에서 손님을 맞고 있다.
기존 국회 의원회관 복도의 모습. 각 의원실은 의원실을 찾는 행정부 공무원 및 민원인들을 응대할 공간이 부족해 복도에 테이블과 의자를 내놓고 복도에서 손님을 맞고 있다.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항상 국민적 관심사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근무하는 직장(?)은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는 더욱 호기심과 이목이 쏠린다. 내년 총선이라는 전장에서 당당히 승리한 국회의원을 맞이할 국회 제2의원회관을 찾아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제19대 국회의원들을 맞이할 국회 제2의원회관 골조공사가 마무리됐다. 호화청사, 예산낭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곳이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보여준 의정활동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과 평가 탓이리라. 제2의원회관을 신축해야 하는 국회사무처와 국회의원실 보좌직원들의 합리적인 설명에도 불구하고 국민감정이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의원님 새 사무실에 대한 곱잖은 시선

사무처는 지난 2009년 기존 의원회관이 너무 협소해 의원들의 원활한 의정활동이 곤란할 뿐 아니라 보좌직원들의 근무여건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의원실 확장 방안을 추진했다. 의원실의 크기를 넓힌 제2의원회관(192개 사무실)을 신축하는 한편 기존 의원회관(144개 사무실)은 2개의 의원실을 하나로 새 단장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19대 국회의원(신축회관 148.76㎡, 구 의원회관 새 단장 165.29㎡)은 18대 의원(82.64㎡)보다 약 2배가량 넓은 사무실을 사용하게 된다. 사무처는 확장공사를 위해 총 2천212억9천300만원을 들이고 있다.

국회는 제19대 국회가 개원하는 내년 5월까지 제2의원회관 신축공사를 마무리하고 기존 의원회관 구조변경 공사를 내년 6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층별로 나눠서 진행한다.

따라서 19대 의원들은 제2의원회관에 둥지를 틀거나 기존 의원회관을 사용하게 된다.

사무처는 차기 총선 당선자가 결정되는 대로 각 당 지도부에 의원실 배치를 요청할 예정이다. 각 당에선 관례에 따라 선수(選數)와 나이 그리고 경력 등을 고려해 의원실을 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젊은 초선 의원들이 대거 기존 의원회관을 사용할 것"이라면서도 "'기운'과 '운'을 강조하는 의원들의 특성상 기존에 사용하던 방을 바꾸지 않는 다선 의원들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제20대 총선 당선자들 가운데 공사를 마친 넓은 사무실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의원회관을 지망하는 다선의원들이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회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하는 일도 없이 자기들끼리 당파로 나뉘어 싸우다가 비리나 저지르는 국회의원들을 위해 적지 않은 세금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냉담함이다. 더불어 보좌직원 증원이나 사무실 확장 등 국회의원이 수혜자인 법안이나 예산이 국회를 쉽게 통과하는 모습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

직장인 이상권(34) 씨는 "경기가 어려워 팍팍한 생활을 하고 있는 서민들을 생각하면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면서도 "이왕 공사가 진행 중이라면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밥값을 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무실 공간 해결 미룰 수 없어"

반면 사무처와 보좌직원들은 국민들의 서운한 감정은 이해하지만 사무 공간 확대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현재 의원회관이 지난 1989년 지어질 때 국회의원 1명과 보좌직원 3명을 기준으로 건립돼 현재 9명이 근무하고 있는 상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의원회관 건립 당시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컴퓨터, 프린터 등 각종 전산장비 등이 사무실 공간을 차지하면서 공간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는 주장까지 곁들이고 있다.

정부 청사 취득 및 배정면적 기준에 따른 4급 이하 1인당 사무실 면적은 7~10㎡다. 그러나 보좌직원들은 현재 약 3.3㎡도 안 되는 업무공간에서 보좌업무를 보고 있다. 대구지역 국회의원 사무실의 한 보좌관은 "일부 의원실에서는 보좌직원이 의원과 집무실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공간 문제는 심각하다"고 말했다.

26일 국회 의원회관 내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을 처음으로 방문한 김재옥(49) 씨는 "생각보다 국회의원 사무실이 좁았다"며 "보좌직원들 책상 사이로 쌓인 각종 서류 더미를 피해 의원 집무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은 의원실 공간 확대 문제에 대해 분명한 의견 개진을 꺼리고 있다. 의원실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은데다 자칫 사무실 공간 문제를 잘못 언급했다가 국민적 공분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의원회관의 공간 문제와 관련해선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정부가 세금으로 월급을 주고 있는 보좌직원을 지역사무실에 상주시키며 지역구 관리자로 활용하고 있는 의원들의 구태를 근절해야 한다. 실제로 현재 의원회관의 각 의원실은 텅텅 비어 있다. 내년 총선 채비를 위해 보좌직원 대다수가 지역구 사무실로 출근하기 때문이다. 요즘 여의도 국회의원실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그들의 사무실 확장 주장에 고개를 저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