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임대주택 대기자 4천여명…여전한 바늘구멍

임대료 시중 80% 이하 유공자·취약층 우선혜택

대구도시공사가 올 상반기 분양한 삼덕 청아람 공공임대아파트 청약 모습. (대구도시공사 제공)
대구도시공사가 올 상반기 분양한 삼덕 청아람 공공임대아파트 청약 모습. (대구도시공사 제공)

'임대 주택 들어갈 수 없나요.'

이지영(31'여) 씨는 요즘 미래를 담보 잡힌 것 같아 착잡하다. 전세 4천만원짜리 원룸에 살고 있지만 주인이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40만원으로 방값 지불 방식을 바꿔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공기업에서 공급하는 임대 주택을 찾아나선 이 씨는 또다시 좌절을 겪었다. "대기자가 너무 많고 나 같은 미혼자는 자격 조건이 안 돼 입주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공공 임대 주택 인기가 치솟고 있지만 공급 부족으로 입주 희망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중소형 아파트 전세난으로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수입의 상당 부분을 주택 임대료로 털어 넣어야 하는 '렌트 푸어' 시대가 도래했지만 공공 임대 주택 입주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탓이다.

◆입주 대기자 되기도 힘들어

현재 대구 지역 내에서 LH공사와 대구도시공사가 공급 중인 공공 임대(영구임대) 주택은 모두 2만 호 정도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분양을 받을 수 있는 분양 전환 임대와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계속 거주하는 장기 임대 등 크게 두 가지 임대 형식이 있다.

예전과 달리 공공 임대 주택 인기는 상당하다.

대구도시공사 측은 "임대료가 시중에 비해 70~80% 이하 수준이며 주거형태도 아파트뿐 아니라 원룸과 투룸 등으로 다양하다"며 "입주 희망자가 너무 많아 단지별로 대기 순위자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도시공사가 올 상반기 입주자를 뽑은 중구 삼덕 청아람 단지 18평의 경우 1순위에서 마감이 끝났고 24평형은 3순위에서 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기자만 300명으로 앞순위를 빼고는 사실상 입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08년 입주를 시작해 현재 분양 전환 중인 달서구 대실역 청아람 단지 24평형(511가구)도 대기자가 145명에 이른다.

도시공사 담당자는 "24평형 인근 단지 시세가 1억5천만원까지 올랐지만 임대 입주자의 경우 분양 가격이 1억1천만원 정도"라며 "현재 운영 중인 7개 공공 임대 단지 모두 퇴거자는 거의 없고 입주 희망자는 많아 신규 대기자조차 잘 뽑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LH 공사에서 운영 중인 30년 장기 임대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16개 단지에 1만1천 호의 공공 임대 아파트가 있지만 2년에 두 차례 선발하는 예비후보자 모집 경쟁률이 5대 1에 이르고 있다. LH공사 관계자는 "예비후보자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예전과 달리 6개월 이상 대기해야 입주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대료의 경우 가장 인기가 높은 중구 남산 지구 22평형이 보증금 2천600만원에 월 17만원, 26평은 3천200만원에 월 22만원 수준이다. 비슷한 보증금을 내고 월세를 받는 민간 아파트와 비교하면 월세가 30~50만원 정도 저렴하다.

◆수요는 많지만 공급은 끊겨

날로 높아지는 공공주택 인기에 비해 공급은 거의 없어 대다수 서민들에게 '공공주택' 입주는 그림의 떡이다.

최근 들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매입 임대 주택'을 들여다보면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매입 임대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매입해 임대를 놓는 방식으로 원룸과 투룸, 쓰리룸 등 가족 구성원에 따른 거주 형태 선택이 다양하다. 또 공공 임대 아파트 대부분이 외곽지에 위치해 있는 반면 매입 임대 주택은 교통 접근성이나 생활 인프라가 좋은 도심 내에 있어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임대료도 통상 원룸이 보증금 200만원대, 투룸은 400만원대며 월세는 10만원 전후로 민간 주택에서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는 가격.

현재 LH공사가 3천79호, 도시공사가 1천100호 정도의 매입임대 주택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입주는 거의 힘들다.

LH공사는 입주 대기자가 2천800명, 도시공사는 1천300명에 이르고 있다.

도시 공사 관계자는 "기존 입주자 중 퇴거자는 거의 없고 신규 공급 물량도 예산 사정으로 한 해 200호 정도인 탓에 입주 대기 기간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고 했다.

입주 조건은 청약저축 가입자도 가능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 국가 유공자, 장애인 등 취약 계층에 우선 혜택이 돌아가 일반 서민이 입주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공공 임대 아파트도 무주택에 청약 저축 가입자면 입주 조건이 되지만 경쟁률이 너무 높아 입주가 쉽지 않다.

한편, 신규 공급 물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LH공사가 자금난으로 신규 공급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며 도시공사도 올해 삼덕 청아람 단지를 빼고는 공급 물량이 없다. 내년 또한 LH공사는 북구 금호동, 대구도시공사는 성서 5차 단지 분양이 계획돼 있지만 유동적이다.

LH공사와 도시공사 관계자는 "임대 주택 인기가 높지만 자금 부담이 상당하고 건설 기간이 많이 걸려 원활한 공급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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