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인물평

월단평(月旦評)이란 인물평을 뜻한다. 중국 후한 때, 여남 사람인 허소가 매월 초 주변 인물을 평한 고사에서 비롯한다. 이 이야기가 후한서(後漢書)나 십팔사략(十八史略)에 실릴 정도로 유명해진 계기는 조조에 대한 평 때문일 것이다. 허소는 조조를 '치세(治世)의 능신(能臣)이자 난세(亂世)의 간웅(奸雄)'이라고 평했다. '치세의 간사한 도적, 난세의 영웅'이라 했다고 전하는 곳도 있다. 얼핏 들어도 별로 좋은 평 같지는 않지만, 조조는 '영웅'이라는 말에 기뻐하며 돌아갔다고 한다.

직접 만난 조조 외의 다른 유명 인사에 대한 평이 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면, 허소는 관상(觀相)으로 평을 한 듯하다. 반면, 허소의 평이 좋지 못하면 출세하기가 어려웠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평의 대상은 대개 주변 마을 사람이었고, 같은 사람이라도 매월 다르게 평했다. 관상이 한 달 만에 급격하게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에 미뤄 보면, 허소의 탁월한 능력은 단순한 관상을 넘어 정확한 정보 수집과 이를 분석하는 데 있었던 것 같다.

10'26 재보선이 끝난 뒤, 잠재적인 대통령 후보 4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모두가 선거에 깊숙하게 관여한 터여서 이번 재보선이 대선의 전초전으로 비치기도 했다. 결과가 드러났지만 이를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 언론에 비친 평가에 따르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숨 고르기,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눈치 보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급등 제동,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급상한가였다. 박 전 대표와 손 대표, 문 이사장은 약간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았지만, 안 교수는 확실한 플러스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특히 안 교수는 앞으로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즉답은 피하면서도 부정은 하지 않아 내년 대선에서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언론의 평가는 대선 후보에 대한 종합적인 인물평이라기보다는 선거 결과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진 것이다. 하지만 각 대선 후보가 처한 현재 상황을 나타내는 것은 분명하다. 이 평가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4인의 1년 뒤 성적표는 전혀 다를 것이다.

허소의 월평이 달랐다는 것은 앞으로의 행동에 따라 미래의 가능성도 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월단평을 잘 받기 위해 자숙에 자숙을 거듭한 이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대선 후보들이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이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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