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가야산 기슭, 성주군 가천면 독용산성 입구.
'겨울철을 앞두고 밀렵꾼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 대구경북본부 회원 6명이 독용산성을 올랐다. 산성을 5분쯤 오르자 곧바로 높이 50~60㎝의 그물이 보였다. 뱀을 잡기 위해 만든 그물은 산 허리를 둘러 끝없이 이어졌다. 그물 앞쪽으로는 철사 아미로 만든 통발 수십여 개가 2, 3m 간격으로 설치됐는데, 통발마다 살모사, 누룩뱀, 유혈목 등 뱀들이 갇혀 꿈틀대고 있었다.
산을 오르는 도중 뱀 그물 주변에는 멧돼지와 고라니 등을 포획하기 위한 올무도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굵기가 10~20㎜ 정도의 강철로 된 와이어 줄로 만든 올무는 야생동물이 오가는 통로마다 거미줄처럼 설치돼 있어 자칫 사람에게도 상처를 입힐 수 있어 보였다.
같은 날 오후 성주군 월항면 인창리 뒷산의 사정도 독용산성 현장과 비슷했다. 곳곳에 설치된 올무 때문에 발디딜 틈이 없었고, 땅꾼이 설치한 뱀 그물과 통발도 쉽게 눈에 띄었다.
야생동식물보호관립협회 회원들은 이날 야생동물을 불법으로 포획해 키우고 있던 한 농가도 적발했다. 단속반이 이 농가의 뒷마당 한쪽에 세워진 검은 천으로 덮인 철제 우리 2곳의 천을 걷어내자, 각각 4마리와 11마리의 오소리가 사육되고 있었다. 단속반과 집 주인이 실랑이를 벌였다.
"3년 전 김천에서 4마리를 분양받아 번식해 오소리 수가 늘어났다"고 주장하던 집주인 A(49) 씨는 단속반의 집요한 추궁 끝에 "4월쯤 올무를 설치해 오소리 3마리를 붙잡았다"고 실토했다.
이날 단속반은 뱀 그물 수백 m와 통발 수십여 개를 수거하고, 각종 뱀 200여 마리를 산으로 돌려보냈다.
밀렵단속반 최동춘 씨는 "야생동물들이 겨울잠을 준비하는 요즘 밀렵꾼들이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덫과 올무, 뱀 그물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오웅 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 대구경북본부장은 "올무 등 불법으로 설치된 밀렵 도구는 발견 즉시 철거해야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지자체로 통보하면 그곳에서 회수에 나선다"며 "잘못된 보신문화 때문에 동절기를 앞두고 야생동물 불법포획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민간의 단속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자체와 경찰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주'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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