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그르치는 가장 빠른 길은 자녀의 모든 행동을 감싸는 것'이라는 것이 교육학자들의 중론이다. 아이가 올바른 인성을 갖춘 성인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때로는 회초리도 맞고 시련도 겪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오죽하면 우리 속담에 미운 자식은 떡으로, 착한 자식은 매로써 대해야 한다고 했을까.
◆대구경북 망치는 '우리가 남이가'
중앙정치권에서 대구경북 정치인들은 부모로부터 매를 맞지 않는 자녀로 통한다. 견고한 지역주의의 틀 안에서 예선(한나라당 공천) 통과가 곧 금메달(당선)인 정치 지형을 걸어온 탓이다. 그동안 지역정치인들은 선거가 임박해 오면 '우리가 남이가'만 외쳐도 어지간한 정치적 고비는 어렵지 않게 넘을 수 있었다. 유권자들 역시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성과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물론 대구경북 정치인들은 '예선 통과 과정이 여느 지역의 본선과 맞먹을 정도로 치열할 뿐 아니라 최근엔 '공천=당선'이라는 등식도 깨졌다'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웬만해선 회초리를 대지 않고 키웠던 대구경북 정치인들은 과연 지금 얼마나 지역민들을 만족시키고 있을까?
지역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부정적이다. 먼저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해선 '동남권 신공항 건설추진 과정에서 지역 국회의원들이 한 일이 뭐냐' '지역에 도움이 되는 큰 정치를 펼치려면 다선의원이 돼야 한다고 읍소하기에 믿고 찍어줬음에도 불구하고 18대 국회에서 변변한 당직이나 국회직을 꿰찬 중진 의원이 있느냐' '지역 유권자들은 먹고살기 힘들어 죽겠다는데도 일단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서울에서 고상한 자리만 찾아다닐 뿐 지역은 나 몰라라 한다' 등등.
대구경북 시'도지사와 두 지방정부 의회 구성원들에 대한 평가도 짜긴 마찬가지다. '특정 정당 소속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짜고 치는 고스톱 판에 기대할 것이 있겠나' '자치단체가 제안하는 방안 외 정책대안을 찾을 필요가 없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하는 일이라곤 사교'친목 모임 참석이 전부다' '야당의원 없는 지방의회에 힘이 실리겠느냐' 등의 비판이 다수다. '금이야 옥이야' 키운 자식들이 부모 성에는 차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자식이 바른길로 갈 수 있도록 지역정치권에 일침을 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정치권에 '회초리'
먼저 지역의 모든 정치담론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우리가 남이가' 선거운동 행태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역정치권의 한 인사는 "어느 정파가 선거를 통해 지역의 주도권을 쥐는 것이야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이성을 마비시키는 구호나 집단주의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지역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경합과 토론과정을 거쳐 최적 안이 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정정당 일색의 지역 정치지형이 변화해야 한다.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중앙정부와 최소한의 소통이라도 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가지고 있어야 긴 시간이 소요되는 대형 국책사업의 원만한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방정치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지방의회 내에서 정치세력 간 경합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구경북시도의회에서는 생활정책 개발과 관련,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여야가 유권자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여타 지역 의회에서와 같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온실에서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자녀는 부모의 실망감에 대해 할 말이 없을까!
한나라당 대구경북시도당 관계자는 "지역에서 한나라당 외 정치세력이 성장하지 못한 것이 인위적인 조치의 결과는 아니다"며 "긴 시간을 이어온 지역민들의 굳건한 지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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