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신종대 검사장 낙마시킨 '다이어리' 논란
금품수수 의혹으로 경찰 내사를 받던 신종대(51) 대구지검장이 사퇴한 가운데 그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P엔지어링 곽모(62) 회장의 다이어리에 전직 정·관계 인사 4~5명의 이름이 올라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전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4월 P엔지니어링의 불법 재하도급 비리를 수사하면서 곽씨의 집에서 13권의 다이어리를 압수했다.
책상 달력 형태의 이 다이어리는 2000년부터 자신이 만난 사람과 장소, 일시, 금품 수수 내역 등을 메모 형식으로 담고 있다.
경찰은 이 다이어리에서 신 전 검사장에게 2006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천400만 원이 전해졌다는 내용을 발견하고 내사를 벌였으나 공소 시효가 대부분 지난데다 대가성,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내사 종결키로 했다.
그런데 신 전 검사장 외에 과거 정·관계 인사 4~5명의 이름이 함께 나왔고 계좌 추적에서 곽씨가 이들에게 지난 2000~2006년 9월 사이 수표로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금품을 건넨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은 신 전 검사장처럼 이들에 대한 공소 시효가 모두 지난데다 대가성 역시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내사 종결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현직 정·관계 인사는 한 명도 없고 곽씨와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들로 확인됐다"면서 "돈을 건낼 당시 현직 관리가 있었으나 경쟁 업체 등에 확인한 결과 공사 등 업무와는 전혀 관계없이 돈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곽씨는 2007년 6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지지 선언을 한 200여 명의 김영삼 전 대통령 직계 민주계 인사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경남 거제 출신인 곽씨는 김 전 대통령, 신 전 지검장과 동향이다.
그런가 하면 경찰은 문제의 다이어리를 통해 지난 2006년 곽씨가 모 사립대 교수 3명에게 자신의 대학원 논문을 대신 써준 대가로 돈을 건넨 사실을 확인, 수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 교수를 불러 논문 대필 혐의를 조사, 입건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지난 26일 곽씨의 사위이자 P엔지어리링 대표인 김모(38)씨와 곽씨, 경리사원 등 3명에 대해 최근 3년간 약 110억 원 상당의 공사를 수주한 후 무면허 건설업자 23명에게 불법 재하도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김씨는 운송비 명목의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 비자금을 조성하는 한편 자격증을 대여한 기술자를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급여를 빼돌리고 회사 자금을 멋대로 횡령하는 등 회사에 총 25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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