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국회 통과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 등 야당 측은 한·미 FTA에 포함된 ISD 조항이 공공 부문에 대한 정부의 정당한 규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주장, 폐기되지 않으면 한미 FTA 처리는 불가하다고 주장한다. 야당들은 외국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느라 우리 국민의 복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과 정부 측은 한·미 FTA 협정문에 '안전장치'가 마련됐기 때문에 피해 가능성이 크지 않고,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맞서고 있다.
2011년 10월31일, 여야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31일 종일 승강이를 벌이다 결국 무산됐다. 그 과정에서 여당은 노력하는 모습만 보여주면 된다는 자세였고, 야당은 합의를 무시하고 반대를 했다. ISD 란 과연 무엇인가?
여당과 정부는 ISD가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주장한다. 2010년 기준 2676개의 양자간투자협정(BIT) 가운데 2100여개에 ISD 조항이 포함됐다. BIT는 국가 간 투자를 촉진·보호하려고 외국기업의 자유로운 사업활동을 정부가 서로 보장하는 협정이다. 우리나라가 85개국과 맺은 BIT의 대부분도 ISD를 포함하고 있다. 칠레, 싱가포르, 인도 등과 맺은 FTA 협정에도 ISD가 들어갔다.
야당은 BIT와 FTA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BIT는 국내법에 따라 설립된 외국 기업만 보호하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의 진입을 정부가 제한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ISD가 있더라도 외국 기업이 우리 정부를 제소할 가능성이 낮다. 31일 민노당 이정희 대표는 아침 시사프로 손석희입니다에서 호주가 2004년 미국과 FTA를 맺으면서 ISD 조항을 뺀 사례를 근거로 들며, 한미 FTA에서도 ISD 조항에 대한 재합의가 있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ISD 조항이 미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맞선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44개의 제소가 발생했는데 멕시코 기업이 미국을 제소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는 것이다.
여당은 해외 투자가 활발한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ISD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현재 우리 기업이 ISD를 포함한 BIT 체결국을 상대로 제소를 한 사례가 한 번도 없기 때문에 기업 보호에 필수는 아니라고 반박한다.
야당 측은 중재판정부의 공정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ISD로 인한 분쟁을 해결하는 ICSID 중재판정부는 양 당사자가 임명하는 1인과 양측 합의에 의해 임명되는 1인 등 총 3인으로 구성된다. 합의가 없으면 ICSID 사무총장이 추천한다. 야당은 ICSID가 미국인이 65년째 총재를 독식하고 있는 세계은행 산하이기 때문에 미국에 유리한 판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여당은 억측에 불과하며 ICSID가 FTA 협정과 적용가능한 국제법 규칙에 따라 공정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국제 중재 절차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우리가 가입한 지 45년이 됐지만 한번도 제소를 당한 적도, 제소를 한 적도 없다."면서 "대외 투자가 많은 미국 관련 소송이 많은데 미국 투자자가 패소한 경우가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국회에서는 심야합의, 딴소리, 외통위원장실 점거 등으로 점철되는 행적을 보이며 여야간 대립과 마찰을 노출했다.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30일 밤 11시부터 31일 새벽 1시까지 한·미 FTA 비준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 '한·미 FTA 발효 3개월 이내에 한·미 양국이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유지 여부를 놓고 협의를 시작, 그로부터 1년 안에 정부가 국회에 결과를 보고하고 국회는 보고 후 3개월 안에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절충안을 끌어냈다. 민주당이 제시한 방안을 한나라당이 수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31일 아침 9시에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는 "내년 총선에 국민의 뜻을 물어서 처리해야 한다"며 합의안에 반대했다.
민노당 도 "누더기 합의문"이라고 했다. 31일 오전 11시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ISD 폐기 없이는 절대 비준해줄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민주당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들며 5시간 넘게 의총을 진행한 끝에 "협정문에서 ISD 조항을 제외할 경우 본회의 표결 전 찬반 토론에 임한다"
"G20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ISD 유지 여부에 관한 양국 간 협상을 재개하자'는 확답을 받아오면 비준안 처리에 임한다" 등 2가지 결론을 내렸다.
국제 협정문 중 일부분만 빼고 비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일전(一戰)'을 벌이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오후 3시 30분쯤 황우여·김진표 원내대표는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으나 만남은 1시간 10분여 만에 결렬로 끝났다.
여야 회담이 결렬되자 5시 50분쯤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본청 4층 외통위원장실에 모여 회의를 시작하려하자 야당 의원들은 곧바로 외통위 회의장으로 향하는 길목을 막았다.
대치는 1시간 30분가량 지속됐다. 야당 의원 일부는 위원장실에서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뉴미디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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