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페라축제 결산

작품 완성도 높이고 비용부담 줄이고…'오페라 합작의 롤모델' 제시 성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공로상을 수상한 박은지 씨가 음악감독으로 있는 대구국제오페라오케스트라.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공로상을 수상한 박은지 씨가 음악감독으로 있는 대구국제오페라오케스트라.

제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10월 29일 오페라대상 시상식을 끝으로 32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올해 축제에는 개막공연 '아이다'를 비롯해 메인공연 5편, 해외진출공연 1편, 오페라 컬렉션 3편, 특별행사 7건 등 8개국 14개 팀이 총 31회의 공연과 행사를 펼쳤다. 축제 조직위는 '공연 객석점유율 71%, 관객은 3만4천여 명'(외국인 관람객은 2천300여 명 포함)이라고 발표했다.

◆다양한 형태의 합작 시도

이번 축제는 '오페라 합작의 롤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합작을 통해 오페라 제작비용 부담을 나누고 각 팀의 제작기술을 교류하는 것으로,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완성도 높은 공연을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렸다. 개막작 '아이다'와 독일 칼스루에 국립극장에서 열렸던 '나비부인', 터키 앙카라 국립극장팀의 '후궁으로부터의 도피', 아시아 합작작품 '돈 파스콸레', 국립오페라단의 '가면무도회'를 비롯해 창작작품 '도시연가'과 '고헌예찬' 역시 넓은 의미에서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특색 있는 공연

특색 있는 공연을 한데 모아 어린이, 지역, 고전을 테마로 한 오페라 컬렉션을 기획한 것도 특징이다. 어린이 오페레타 '부니부니'를 비롯해 고전 오페라 '디도와 에네아스'와 좀처럼 관람기회가 드문 오페라 '돈 파스콸레' 등도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는 평가다.

이 밖에 다채로운 특별행사로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오페라를 포함해 다양한 무료 공연을 선보여 오페라의 문턱을 낮췄으며, 러시아 전통악기로 연주한 비스퀴트 앙상블은 관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또 내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예정 공연인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 출연할 주역을 선발하는 '바그너 오디션'에서는 대구 성악가 베이스 박민석 씨가 주역에 발탁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외에도 관객들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오페라 소품 체험전' '어린이 오페라교실' '전국 아마추어 성악 콩쿠르' 등도 대구오페라축제의 인지도를 높이고 관객 저변을 확대했다.

◆냉정한 평가도 잇따라

올해 오페라축제에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려졌다. 대작으로 알려진 개막작 '아이다'와 국립오페라단이 출연한 폐막작 '가면무도회' 등 이른바 그랜드 오페라는 전석 매진에 가까운 반면, 비교적 작은 작품과 덜 알려진 작품에는 오페라 하우스 3, 4층은 물론이고 1층과 2층에도 빈 좌석이 많았다. 관객들이 까다로운 시선을 확인하는 풍경이었다.

대성공이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개막작 '아이다'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지역의 한 성악가는 "일부 출연자들이 역할 몰입에 실패하는 바람에 감동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남녀 주인공이 사랑을 위해 부귀영화와 목숨을 버리는데도 감동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성악가는 "베르디 오페라는 정치적 배경이 진한 작품이므로 인물의 사랑에 집중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캐스팅에 대한 비판(또 다른 작품)도 적지 않았다. "무대 예술은 외모를 무시할 수 없다. 이번 오페라축제에서 주인공의 외모와 배역이 합치했느냐에는 의문이 많다"고 의견이 나왔다. "외모를 갖고 이야기하는 것은 비판의 소지가 있지만,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공연이라면 재고해야 할 문제다. 볼품없는 외모라면 거기에 맞는 역할을 하면 된다. 그런 외모로 미남 역할을 하니 몰입이 잘 안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예산부족 대책 없나

올해 오페라축제 순수예산은 14억여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국립오페라단의 '가면 무도회', 계명 아트센터의 '아이다'를 비롯해 해외 진출작 '나비부인', 외국작품 '후궁으로부터의 도피' '돈 파스콸레' '고헌예찬' 등에는 여러 형태의 합작을 통해 나름대로 공연 규모를 키웠지만 근본적으로 예산이 너무 적은 탓에 "더 큰 축제로 발전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폐막작 '가면 무도회' 출연차 대구를 방문한 국립오페라단의 한 성악가는 "국립오페라단은 한 작품에 기본적으로 1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 오페라 '메피스토펠레'에는 한 작품에 18억원을 투입했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14억원이라는 예산으로 이렇게 많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놀랍다. 그러나 여기까지일 것이다. 획기적인 투자가 없다면 퇴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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