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증명이 관건이다."
정치권 최대 화두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대구경북지역 산업이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FTA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관세 혜택이 필수지만 이를 위한 원산지 결정기준이 여타 FTA와 달리 복잡해졌기 때문. 지역 주요 산업인 섬유와 자동차 부품은 원산지 결정기준을 두고 관세 혜택을 위한 방안을 짜느라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복잡한 원산지 결정기준
지난 7월 발효된 한EU FTA가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면서 FTA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주요국과의 FTA 체결 효과 비교분석' 자료에 따르면 한EU FTA 발효 후 100일간(7월 1일∼10월 6일) 유럽으로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지만 FTA 특혜품목의 수출은 오히려 17% 증가했다.
대구경북 산업계는 그동안 대미 수출이 증가하던 것과 한EU FTA의 효과를 근거로 FTA가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수출 증가 예측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에서 '원산지 결정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원산지 결정기준이란 당해 물품에 대해 원산지 자격을 부여하기 위한 판단기준으로 FTA 협정에 의한 특혜관세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각 협정에서 규정한 원산지 규정을 충족시켜야 한다.
대구경북지역의 주요 산업인 섬유 제품과 자동차 부품 분야의 원산지 결정기준은 한EU FTA 등 이전 FTA에 비해 규정이 다소 복잡해졌다. 섬유 제품의 경우 한미 FTA는 기본적으로 원사기준(yarn forward)을 채택하고 있다. 원사기준이란 원사를 만드는 공정에서 직물, 재단 봉재까지 국내에서 이뤄져야 원산지 상품으로 인정받는 것을 말한다. 즉 직물의 경우 국산 또는 미국산 원사를 사용해야 원산지로 증명돼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반면 한EU FTA는 직물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수입산 원사를 이용해 국내에서 직물을 생산하더라도 관세 혜택이 가능하다.
자동차 부품 분야 역시 부품을 제작하는 과정에 사용되는 하위 부품의 원산지가 미국과 국내로 제한돼 있다. 다른 곳에서 생산된 부품일 경우 부가가치와 제작 과정 등을 살펴 원산지로 인정을 받을 수 있지만 원산지 증명을 위한 시간과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일반 중소기업은 이 모든 과정에 일일이 대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해 대구상의 관계자는 "한EU FTA가 발효되면서 지역 기업들의 원산지 증명에 대한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한미 FTA의 경우 규정이 더욱 복잡해 우리도 일일이 설명하느라 진이 빠질 정도"라고 털어놨다.
◆방안을 찾아라
대구경북 업체들은 FTA 관세 혜택을 누리기 위해 일찍부터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섬유와 자동차 부품은 최대 수혜 분야로 떠오르고 있어 지역 산업이 원산지 증명에 집중하고 있다.
지역 섬유업계는 국내산 원사를 사용해야 13%에 달하는 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만큼 수입 원사를 대처할 방안을 찾고 있다. 국내산 원사가격은 수입 원사에 비해 단가가 약 10% 정도 높지만 관세혜택을 감안하면 국내산 원사로 대체해도 상당한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한 업체는 "가격 때문에 그동안 중국산 원사를 사용했는데 FTA에 맞춰 국내 원사 업체를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다"며 "관세 혜택을 받으면 현지 바이어들이 충분히 우리 제품을 구입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관계자는 "면의 경우 원사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한미 FTA의 관세 혜택이 어렵겠지만 국내 생산율이 높은 합성섬유의 경우 지역에는 23% 정도의 기업이 수입산 원사를 사용한다"며 "국내 원사로 대체하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수출 증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업계 역시 원산지 증명을 두고 고민 중이다. 자동차 부품은 한미 FTA 발효 즉시 관세(최대 4%)가 철폐돼 즉각적인 수혜를 누릴 수 있고 완성 자동차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업계는 수출을 위한 원산지 증명과 국내 완성차 업체의 수출 요구에 맞춰 전략을 수립 중이다.
지역 최대 부품업체인 에스엘 역시 한미 FTA를 대비해 원산지 증명에 관한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에도 공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원산지 증명이 없으면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없기 때문. 회사 관계자는 "원산지에 관해 잘못이 발생하면 이후 관세를 다시 환급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9월 초부터 전문가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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