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1시 대구역 3층 대합실. 노숙인 20여 명이 벤치에 기대 잠을 자거나 TV를 보고 있었다. 노숙인 이모(45) 씨는 "찬바람이 불면 나이 많은 노숙인이나 일거리가 떨어진 젊은 노숙인들이 철도역으로 몰려 자리싸움을 한다"며 "쉼터에는 가고 싶어도 자리가 없어 거절당할까 봐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겨울철을 맞아 대구시내 노숙인들을 쉼터시설로 유도해 안전사고를 막겠다는 대구시의 대책이 현실과 동떨어졌다. 각 쉼터시설 정원 계산이 틀린데다 응급 잠자리는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
대구시는 1일 동절기를 맞아 동사 등 노숙인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보호대책을 내놨다. 현장상담반을 가동해 노숙인들이 숙식할 수 있는 쉼터 시설에 들어가도록 유도하고 대구역과 동대구역 인근에 긴급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응급 잠자리를 만들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대구시내 노숙인 쉼터 시설은 모두 5곳, 수용 가능한 정원은 200명으로 현재 115명이 머물고 있다. 노숙인상담센터와 구세군 동대구지소에 마련한 90명 정원의 응급 잠자리 2곳을 더하면 최대 290명이 머물 수 있다. 대구시내 거리 노숙인이 279명으로 집계된 점을 감안하면 넉넉한 수준이라는 것이 대구시의 주장이다.
그러나 노숙인 관련 단체들은 시의 계산에 빈틈이 많다고 지적한다. 시가 내세운 쉼터시설 정원은 1999년 노숙인 임시보호시설이 마련될 당시 단순 수용'관리를 위해 규정한 정원을 12년째 사용하고 있다는 것. 사회복지사업법상 노숙인 쉼터는 1인당 3.3㎡ 크기의 잠자리와 거실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정원의 60~70%가 수용가능한 인원이라는 것이다. 한 노숙인보호시설 관계자는 "35명 정원인 노숙인 쉼터의 경우 현실적으로 머물 수 있는 정원은 23, 24명 정도가 최대"라고 주장했다.
대구지역노숙인시설연합회장 김휘수 목사는 "노숙인이 가정과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자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노숙인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한 해 13억원의 예산으로는 보호시설 운영 및 의료 서비스 지원에도 빠듯하다"며 "노숙인복지법이 시행돼 국비 지원이 이뤄지는 내년 6월 이후에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성현'황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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