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8시 30분 대구 북구 칠성동 대구역 대합실. 밤늦은 시각이었지만 330여㎡(100평) 남짓한 대합실은 수십 명의 사람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했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가 생중계되는 TV 앞에 많은 시민들이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홈팀 삼성 라이온즈가 아웃 카운트를 하나씩 잡을 때마다 기뻐하며 손뼉을 쳤다.
9회초 2아웃 상황. 상대팀 SK 와이번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시민들은 고개를 TV 쪽으로 더욱 가까이하며 숨죽였다. "딱"하고 친 공이 2루수 방향으로 향하며 범타로 처리되자 시민들은 일제히 "만세" "와"라고 환호성을 질렀다. 대합실을 가득 채운 시민들은 선수들이 얼싸안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고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10월의 마지막 날 밤, 대구는 축제의 도가니였다. 시민들은 철도역 대합실, 시내 동성로 등지에서 중계방송을 지켜보며 축제의 밤을 한동안 이어갔다.
대구역 대합실에서 열차시간표와 중계방송을 번갈아 지켜보던 직장인 정운태(35'북구 태전동) 씨는 "출장 가기 전 잠깐만 지켜본다는 게 벌써 1시간째다. 삼성이 우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열차표까지 바꿨다"며 "삼성이 우승하면서 그동안 불황에 힘들어했던 대구시민들이 조금이나마 기운을 차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대구가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은 귀중한 한 해였다는 시민들의 반응도 많았다. 회사원 최청원(44) 씨는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적 개최 모습을 전세계에 보여준 데 이어 이번에 한국시리즈까지 우승해 대구시민들이 큰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며 "내년엔 대구가 긴 장기 불황을 털어내고 시민들 모두가 잘사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삼성 파이팅'을 외쳤다.
시내 동성로에서 TV를 통해 친구들과 한국시리즈를 지켜봤다는 대학생 허진경(26'경산시 정평동) 씨는 "집에 가는 도중에 경기가 끝나버릴까 봐 길거리에서 지켜보게 됐다"며 "삼성이 이겨서 기분이 참 좋지만 직접 지켜볼 수 없다는 게 참 아쉽다. 이제 야구도 끝나고 무슨 낙으로 사느냐"고 아쉬워했다. 시민 곽종철(50) 씨는 "당초 초보 감독이어서 걱정도 많았는데 패기를 앞세워 노련미가 돋보인 다른 팀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며 인생사를 돌아보게 됐다"며 "모든 대구시민들에게 '우리도 하면 된다'는 교훈을 체감시켜 준 삼성의 우승이 반갑고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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