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유기동물 관리 '직무유기'

대구지역 유기동물보호소의 치료 및 관리시스템이 부실해 유기동물 자연사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대구시내를 배회하고 있는 유기견.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지역 유기동물보호소의 치료 및 관리시스템이 부실해 유기동물 자연사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대구시내를 배회하고 있는 유기견.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시의 유기동물 관리가 엉망이다.

대구시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유기동물보호소에 구조된 유기동물들은 제대로 치료받거나 먹지 못해 보호 기간동안 자연사하는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무료로 해야 하는 유기동물 분양도 돈을 받고 넘기는 실정이다.

농림수산식품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 유기동물보호소 4곳에서 구조한 유기견·유기고양이는 4천791마리에 이른다. 그러나 구조한 동물 중 절반이 넘는 2천563마리(53.4%)가 단 10일간의 보호 기간 중에 죽었다.

대구의 유기동물 자연사율은 54.4%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부산(36.7%)과 인천(30.5%), 서울(15.1%) 등 다른 도시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며 광역시 중 자연사율이 가장 낮은 광주(4.2%)에 비하면 13배나 높은 수준이다. 반면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거나 다른 가정에 분양한 동물은 692마리로 12.7%에 불과했고, 보호소에서 10일동안 보호한 뒤 안락사 시킨 동물은 596마리, 기증한 동물은 469마리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대구지역 유기동물보호소에 자연사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은 유기동물보호소의 치료 및 관리시스템이 부실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9월 문을 닫은 대구 동구지역의 유기동물보호소의 경우 동물들에게 제때 먹이지 않고 치료를 외면했다는 내부 제보와 민원이 빗발쳤다.

이 곳에서 자원봉사를 했다는 강 모(30·여) 씨는 "부상을 입거나 질병을 앓는 동물을 방치하거나 kg당 1만5천원씩인 사체 처리비를 아끼기 위해 아예 굶기는 경우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한국동물구조연합에서 매년 4천만원의 보조금을 받아왔던 이 곳은 논란이 일자 아예 보호소를 폐쇄했다.

일부 보호소는 수의사가 상주하지 않아 유기동물을 제때 치료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내 6개 기초단체의 유기동물보호를 맡고 있는 대구 남구 보호소의 경우 수의사가 없어 일반 직원이 유기동물 치료를 담당하고 있으며 늦은 밤에 유기동물을 구조할 경우 부상이 심해도 다음날까지 속수무책이라는 것.

동물애호가 임 모(62·여)씨는"보호소에 유기견이 구조됐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날 입양하러 가면 죽어있는 경우가 숱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 보호소는 유기동물을 분양하면서 분양비까지 받아 챙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기동물은 분양하기 전 무분별한 번식을 막기 위해 중성화 수술을 한다. 분양신청자는 동물을 입양하기전 수술보증금을 내고, 입양할 때 돌려받는다. 그러나 이 보호소는 보증금이 '분양비'라며 받아챙기고 있다는것.

동물보호법 상 유기동물을 분양받을 경우 별도의 비용을 받을 수 없도록 돼 있다. 유기견을 분양받으려던 진모(55·여) 씨는 "보호소에서 분양비로 암컷 10만원, 수컷 8만원을 요구했다"며 "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느냐고 항의해 결국 돈을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보호소 관계자는 "분양비를 내라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보호소에 대한 후원비 명목으로 권장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해 3억5천만원을 지원하는 대구시는 뒷짐만 지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오는 12월이면 8개 구·군이 각 유기동물 보호소와 맺은 위탁 계약이 일시에 종료된다. 향후 사업자 재선정 시 보호·관리 시설과 능력에 대한 적합 여부를 면밀히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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