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류중일 '믿음의 야구' 선수들 춤추게 하다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SK와 5차전 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해 통산 4승1패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삼성 선수들이 류중일 감독을 헹가래치며 기뻐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SK와 5차전 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해 통산 4승1패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삼성 선수들이 류중일 감독을 헹가래치며 기뻐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한 후 삼성 투수 오승환이 포수 진갑용과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한 후 삼성 투수 오승환이 포수 진갑용과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 앞서 삼성 류중일 감독은 "이기고 있으면, 끝은 무조건 오승환"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날 삼성이 1대0으로 앞선 8회 2사 1, 2루가 되자 류 감독은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고, 오승환은 9회초 2사 후 SK 정상호를 3루 땅볼로 잡아내며 마운드로 달려온 동료 선수들과 우승 세레모니를 했다.

류 감독과 오승환은 삼성 우승의 두 주역이다. 류 감독은 믿음의 리더십으로 삼성을 정상에 올려놓았고, 오승환은 최고의 마무리로 부활했다.

◆ '믿음과 소통' 류중일

삼성은 올 시즌 '잘해야 4강에 오를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준우승 팀에 대한 평가로는 가혹했다. 전통의 강팀이지만 시즌 출발선에 선 삼성은 확실한 선발 원투펀치가 없었고 마무리 오승환의 재기 여부도 불투명했다. 전력 상승을 기대할 만큼 선수 보강도 없었다. 게다가 사령탑에는 초보 감독이 앉아 있었다.

부담이 컸다. 그러나 류 감독은 "우리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고 단호하게 목표를 밝혔다. 9월 27일 류 감독은 팀을 정규시즌 1위에 올려놓으며 취임 일성의 약속을 지켰다. 또 10월의 마지막 날, 팀을 또 한 번 가장 영광스런 자리에 서게 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류 감독은 베테랑의 면모를 보였다. 숨김없이 뭐든 확실히 했다.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때 1~3차전 선발투수를 한꺼번에 예고했다. 시리즈 중에도 그는 경기 운영 등을 거침없이 밝혔다. "감춘다고 모르나. 서로 다 아는 상황인데"라며 꼼수로 이기기보다 정정당당하게 승부에 나섰다.

시즌 중에도 그가 던진 화두는 믿음과 소통이었다.

감독의 권위보다는 사자 유니폼을 입었던 현역 선배로서, 직접 지도했던 코치로서 선수들에게 다가갔다. 스트레스를 주기보다 선수들 기(氣) 살리기에 앞장섰다. 박석민은 "부진할 때도 질책보다 격려한 감독님의 말씀이 큰 힘이 됐고,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전임 선동열 감독이 조련한 마운드를 계승했지만 운용은 달랐다. 선발투수에게는 최대한 기회를 보장했다. 선 감독이 선발의 몫을 5회로 제한했다면 류 감독은 최대한 길게 능력을 발휘할 시간을 줬다. 선발에 힘이 실린 마운드는 불펜소모를 줄이며 그 힘이 배가됐다. 지향했던 호쾌한 공격야구는 스스로 매긴 점수가 '60점'밖에 되지 않았지만 번트 자제와 스리 볼에서의 배팅 등 선 굵은 야구로 전환을 시도했다.

주전들에게 자율권을 보장하는 대신 2군 선수에게는 기회를 줬다. 이 덕분에 배영섭이 확실한 톱타자로 자리 잡았고, 정형식'모상기 등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이 발굴됐다.

◆ '끝판대장' 오승환

오승환은 류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화려하게 재기했다. 올 시즌 삼성에 오승환이 없었다면 많은 승수를 쌓지도 못했을 것이고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은 생각지 못할 일이 됐을 것이다. 오승환의 존재감은 그만큼 컸다. 박빙의 순간을 오승환이 지켰기에 다른 투수들은 승리와 홀드를 챙길 수 있었다. 그는 올 시즌 1승47세이브로 단 한 번도 자신의 등판에 패배를 허용하지 않았다. 오승환이 완성한 삼성의 마운드는 평균자책점 1위(3.35)를 자랑하는 철옹성으로 더욱 견고해졌다.

감독의 '믿음 야구'와 든든한 마무리를 가진 삼성은 조화라는 양념이 버무려지면서 최강 전력을 과시했다. 삼성엔 KIA 윤석민, 한화 류현진 같은 국가대표급 에이스가 없다. 그러나 윤성환(14승)'차우찬(10승)'장원삼(8승)과 8월 영입한 외국인 투수 매티스'저마노 등이 고른 전력으로 탄탄한 선발진을 구축했다. 정현욱(24홀드)'권혁(19홀드)'권오준(11홀드) 등은 막강 불펜을 구축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간 안지만은 11승 17홀드로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

고민을 안겼던 방망이도 올해는 달랐다. 최형우는 홈런왕 등 타격 3관왕을 차지하며 국내 최고 타자 반열에 올랐다. 톱타자 배영섭은 신인왕을 노릴 만큼 만점 활약을 했다. 김상수는 안정적 수비력을 과시하면서도 도루와 타격에서 일취월장하며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스타로 성장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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