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군의문사 소위 13년 만에 유공자 인정

군의문사 소위 13년 만에 유공자 인정

1998년 육군 소위로 복무하다 의문의 죽음을 당한 고(故) 손철호 소위가 13년 만에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지난달 의정부보훈지청장의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 거부 처분을 취소했다고 1일 전했다.

고인은 1998년 강원 철원지구 비무장지대 남쪽 철책선의 GOP 소초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하다 수류탄 폭발로 전신에 파편창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고인이 각종 지휘보고, 상급부대의 연락, 기타업무 등으로 하루에 2~3시간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만성적인 수면장애와 수면박탈'에 시달렸다고 판단했다.

또 군의문사위 조사결과 중대장은 소대원들이 있거나 들을 수 있는 자리를 가리지 않고 고인에게 욕설을 섞어가며 질책했고 고인의 부하인 부소대장은 자신이 '짬밥'이 많다는 이유로 고인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았고 대화도 나누려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후임병이 선임병의 휴식시간을 늘려주려고 근무를 빨리 교대해 주거나 후임병이 야외 세면장에서 식기를 닦는 관례를 고인이 중단시키자 선임 병사들이 '왜 갑자기 체계를 바꾸냐'며 고인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고인을 감정한 정신과 전문의는 "자신의 노력과 상관없이 무리하게 주어지는 힘든 과제와 그 실패에 따른 심한 책망이 반복된 것이 결국 우울 증상의 발병과 심각한 수준으로의 진행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임상적으로 치료적 개입이 필요한 수준의 심리적 고통을 겪은 것이 주변인들에 의해 관찰될 정도로 진행됐지만 그에 대한 적절한 도움이나 개입보다는 군 복무 특유의 강압적 피드백과 언어폭력 등을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군 복무 중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람은 순직군경으로 예우받아야 하지만 사망경위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자살로 처리되면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당해왔다.

천주교인권위는 "행심위의 이번 결정은 국가가 군의문사위의 조사결과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는 데서 큰 의의가 있다"며 "고인이 타살당했을 가능성 등 진상 규명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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