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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G20 정상회담 앞둔 유럽, "아! 옛날이여"

칸 G20 정상회담 앞둔 유럽, "아! 옛날이여"

오는 3~4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에 임하는 유럽연합(EU)의 입장이 무척 착잡하다. 유로존 위기로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에 상처를 입고 개도국에 지원 자금 등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칸 회담에서 20개국 정상들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현안들을 논의하지만 핵심은 경제다. 특히 유럽의 채무·금융위기 등 당면 과제들을 해결하고 세계 경제를 회복시킬 방안이 최우선의 관심사다.

미국과 유럽은 유로존 위기가 세계 경제에 타격을 주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 등 무역흑자가 많은 신흥국들이 유로존 구제금융 자금을 지원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에 위안화 절상 압력을 넣고 신흥국들에 자유무역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무역적자를 줄이고 자국 경제의 성장율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다.

반면 중국 등 신흥국은 미국과 유럽의 무역·재정적자는 벌이보다 씀씀이가 크기 때문이며 산업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세계 경제를 위해 도움을 줄 수는 있으나 먼저 선진국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지원과 기여의 댓가로 개도국의 국제통화기금(IMF) 지분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적 힘의 우위 관계가 바뀌었으니 변화한 현실을 세계 운영 체제에 반영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변화는 사실 G20의 태동 때부터 이미 시작됐다. G20은 리먼 사태 직후인 2008년 11월 워싱턴에서 출범했다. 이전까지 이른바 서방 선진 7개국(G7)이 따로 모여 세계 경제와 정치를 요리했다.

그러나 리먼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 서유럽 기존 강대국 만의 힘으로는 세계 경제 운영이 어려워졌음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를 반영해 중국, 브라질, 한국 등 신흥 경제 강국들을 끌어 들인 것이다.

워싱턴에서 시작된 G20 정상회의는 런던, 피츠버그, 토론토, 서울을 거쳤다. 6번째인 이번 칸 회담에 이르기까지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등이 핵심 주제가 되기도 했으나 지배적인 화두는 금융위기 해법과 경기부양이었다. 기본적으로 미국과 유럽이 주도해온 자본주의, 특히 금융자본주의가 빚어낸 문제들을 처리하기 위한 것이다.

무엇보다 유럽으로선 이번 칸 회담을 굴욕적인 상황에서 맞게 됐다. 유럽은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미국과 함께 "아시아의 비효율성과 부패, 무능"을 맘껏 비웃었다. 리먼 사태 이후엔 미국식 금융자본주의를 성토하며 미국의 지도력과 신뢰 상실을 즐겼다.

그러나 이번엔 유럽 스스로의 문제가 G20의 가장 큰 화두가 됐다. 유로존 채무·금융위기는 유럽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골칫덩이가 돼 있다.

EU 스스로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 헤르만 반 롬파위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호세 마누엘 바호주 집행위원장은 1일 G20 관련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회담은 유럽에 특별한 책임감을 지워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럽이 국채 위기를 해결 못하면 세계 경제가 위험해 질 것이라고 "다른 나라들이 걱정하고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성명은 "EU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들을 다할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EU 회원국들에 촉구했다. 지난달 26일 EU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이 충분치 않으며 후속조치들을 빠르게 실행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즉, EU 각국이 위기 해소를 위한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고백이자 질타인 셈이다.

이들은 동시에 G20 국가들엔 "당면 과제들에 대응하는 건설적 기여를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목소리엔 힘이 빠져 있다. 중국 등 신흥국들이 대가 없이 자금을 지원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은 현재로선 시장경제지위 인정이나 IMF 지분 확대 등 신흥국의 요구를 들어줄 용의가 없다. 독일, 프랑스 등 유로존 국가와 EU가 요구하는 금융거래세 도입 역시 미국과 영국 등의 반대로 관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세계의 거시경제적 불균형 해소' 역시 신흥국 입장에선 수출을 줄이고 수입은 늘리라는 소리여서 수용하기 어렵다. EU가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는 주요 출구 중 하나로 여기는 무역자유화 확대는 도하라운드 협상의 장기간 교착으로 해결 난망인 상태다.

물론 유로존 경제가 쓰러지면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이 올 것을 우려, G20 정상들이 일정 부분 유럽을 돕는 방안에 합의하고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려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삐 풀린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도 일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위기를 해소하고 경제를 회복시킬 획기적인 대책이 G20에서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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