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무대' 세계적 오페라 창작 기대

제9회 대구국제오페라 축제를 보고

지난달 29일로 막을 내린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개막작인 베르디의 '아이다'부터 보았다. '아이다'하면 개선행진곡과 현란한 무용을 떠올리게 된다. 이번 개막공연에는 400여 명이 출연하여 '그랜드 오페라란 이런 것이다'며 보여주려는 흔적이 많이 보였다. 무대 장치에도 피라미드를 상징하는 삼각형 공간을 연출하기도 하였고, 비극적인 운명을 암시하듯 시도한 무대 조명은 너무 어두웠으나, 3막 나일강변 장면에서 강물이 달빛에 반사되어 일렁이는 물결은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주역 성악가들의 열창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전율이 밀려오는 무대였을까 생각하게 된다. 개선행진곡의 트럼펫 팡파르는 좀 더 포르테시모로 귀가 번쩍 뜨이게 연주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의 조국'(O Patria Mia)을 부른 후 박수가 터져 나와야 하는데 오케스트라가 박수 나오는 0.5초 간격을 잘 살려주지 못해 박수소리가 산발적으로 흩어지는 아쉬움도 지적하고 싶다.

오페라 출연 가수들의 힘을 얻게 하는 박수는 터키 앙카라 국립 오페라단이 공연한 모차르트의 '후궁으로부터의 도피'에서 보면 아주 숙련된 제스처로 박수를 유도함을 볼 수 있다. 박수소리가 나올 장면에 아예 동작정지를 하고 기다리는 식이다. 이런 훈련된 모습을 유럽의 유수 오페라 극장에서도 많이 본 장면들이다. '후궁~'은 무대 장치가 너무 단조로워 배경 조명에 변화를 주어 부족함을 커버하려는 듯 보였다. 주역 가수가 무대 바닥에 떨어진 가위에 발이 걸리기도 하였으나 터키 성악가들은 프로의 기질을 보였다. 소프라노의 무덤이랄까, 소프라노를 고문하듯 연속되는 콜로라투라의 고음처리는 너무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오케스트라와 합창의 교향곡적 하모니는 듣기에 아주 좋았다. 주역 테너보다 조역 테너가 더 매력이 있었고 다이내믹해 보였다.

아이다는 이집트가 무대이고, '후궁~'는 터키, 가면무도회는 스웨덴(또는 보스톤)이다. 나비부인이 일본 나가사키, 투란도트가 중국임을 볼 때 우리나라 특히 대구를 무대로 한 세계적인 오페라가 창작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멜리아의 2막 아리아 저 들판의 풀을 뜯어내 사랑 잊을 수 있다면 'Ecco l'omido campo', 레나토의 너였던가 'Eri tu che macciava'를 들으면 그 아름다운 멜로디에 잠기고, 그 애절함에 가슴 미어진다. 또 한 번 더 베르디의 위대한 음악에 놀라고, 한없는 존경심을 갖게 된다.

한 달간의 오페라 축제 기간 중 수확이 있다면 베르디의 대표적 오페라들을 접한 것이고 지역에서 보기 힘든 '후궁~'를 본 것이었다. 내년 제10회 오페라 축제를 위하여 벌써 준비를 진행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윤성도<계명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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