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TK)은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의 사회 주류였다. 정권은 TK만이 갖는 것으로 인식될 때도 있었다. 그랬던 대구경북이 언제부터인지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했다. 중앙무대에서 중량급 인사가 사라진 지 오래고 지역 정치인들의 질과 중량감이 갈수록 떨어진다. 지역 현안을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비판을 듣기 마련이다.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향후 대구경북을 책임질 신인 정치인을 찾기 어렵다. 지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역 주민들의 생각은 무엇인지도 잘 모르면서 오로지 '금배지'를 달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무늬만 TK'인 인사들이 지역 정치권을 장악하고 있다. 지역의 이익을 대변해줄 능력 있는 정치인의 부재는 결국 대구경북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대안세력의 육성이 필요한 이유다. 관계기사 3면
◆ 무경쟁'약골로 퇴화
대구경북은 '대한민국 정치권력의 본산', '권력의 요람'이라고 자처해왔지만 신공항'과학벨트 등 지역의 굵직굵직한 현안들 앞에서 지역 정치세력은 속수무책이었다. 중앙정치권으로부터 총선과 대선에서 국회의원을 충원하고 표만 몰아주는 한나라당의 '병참기지'에 불과하다는 비아냥까지 듣는다. 지역 한나라당 내에서도 대구경북에 기반을 둔 정치인이 진입하기 어렵고 국회의장'부의장 등 주요 국회직에서도 별다른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지역 정치권이 약골로 퇴화하고 있는 것은 경쟁이 없기 때문이다. 경쟁 없는 정치지형은 경쟁력 없는 정치인의 양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일색의 지역 정치권에서 긴장감을 상실하게 만들고 이는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정치적 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의 몫이다.
실제 대구경북의 미래를 짊어질 대형 국책사업에서 대구경북은 잇따라 실패를 경험했다. 지역 정치인들의 무능뿐 아니라 '무늬만 TK'인 인사들이 지역의 문제에 대해 현장감도 치열함도 애정도 떨어진다는 사실까지 덤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영남대 김태일 교수는 "지금처럼 지역의 정치시장이 독점이라면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막대기만 꽂으면 당선되는 상황에서 지역 사회와 유권자들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는 결의도 약하고 서비스하려는 노력이 없을 수밖에 없다"며"여러 세력들이 공존해야 유권자들의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화의 바람 부나
TK정치세력만의 '동종교배'로 인한 부작용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정치권에 있지만 유권자에게도 있다. 전략적이고 전술적인 투표를 통해 지역내에서의 정치인 경쟁 구도 및 정치 성향 스펙트럼의 다양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유권자들은 그런 선택을 하지 못해왔다.
특정 정당에 대한 지역민들의 무조건적인 지지 성향은 야권 성향을 지닌 인물의 정치 입문을 차단하고 있다. 지역에서도 자질과 지명도를 갖춘 중량급 야당 성향의 인사들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로서는 야권 후보들의 무덤인 대구경북에서의 정치 입문을 꺼릴 수밖에 없다. 또한 유권자들 역시 야권 후보 중에는 마땅히 찍을 만한 인물이 없어서 투표를 포기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의 변화가 대구경북에도 얼마만큼 파괴력을 가질지 현재로서는 단언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범야권은 통합을 통해 전열을 재정비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과의 건곤일척 승부를 벌이려 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혁신과 통합'이라는 조직이 있다. 지난달 29일 '혁신과 통합'은 대구 조직 발족식을 갖고 지역내 범야권 세력 구축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는 문재인'문성근 상임대표와 한명숙 전 총리가 지역민들을 상대로 한나라당 일당 독점 구조를 바꾸고 지역 발전을 위한 대구경북 정치지형 변화를 호소했다.
변화에는 시민단체도 동참하고 있다. 대구지역 일부 시민단체들은 현재 내년 총선, 대선에서 범야권연대 승리를 위해 비정당 정치조직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관찰자 입장이었던 시민단체들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공식적인 정치조직을 만들고, 범야권 후보 단일화 작업 테이블을 직접 꾸려나가는 것은 물론, 시민후보 발굴 작업까지 병행하는 등 대구경북 변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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