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유일의 시각장애인 전문도서관인 '대구점자도서관'이 예산부족으로 운영난을 겪고 있다.
점자·녹음 책을 직접 제작하고 이용객에게 책을 우편으로 보내야 하는 점자도서관의 특성상 일반 도서관에 비해 업무가 많지만, 1년 예산이 9천만원에 불과해 직원 4명 급여를 주기도 벅찬 실정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녹음 책 제작 등을 자원봉사자에게 의존하고 있다.
2일 오후 대구 달서구 송현동 대구시점자도서관. 엘리베이터가 없는 병원 건물 3층에 들어선 이곳은 외형만 보면 도서관보다 독서실에 가깝다. 330㎡(약 100평) 규모의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점자 책을 만드는 '점자 출판실'과 녹음테이프가 쌓인 책장이 눈에 들어왔다. 점자도서관은 도서 대출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점자 책을 만들고 점자를 모르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녹음 책을 만드는 일을 함께한다. 또 책 대출은 도서관까지 오기 힘든 장애인들을 배려해 전화로 책을 접수하고 우편으로 발송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반 도서관보다 2배 이상 업무가 많은 이유다. 점자도서관은 1996년 대구시각장애인협회가 중구 남산동에 148㎡(약 45평) 규모로 설립했지만 이용객들의 불만과 좁은 공간 때문에 2009년 4월 달서구 송현동으로 확장'이전했다.
하지만 대구시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시에 따르면 2011년 점자도서관에 지원된 예산은 9천300만원. 점자 책을 만들려면 교정을 봐야 하는데 '점역 교정사 자격증'을 가진 직원이 2명밖에 없어 책 한 권을 제작하는 데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걸린다. 매달 60만원의 건물 임대료는 대구시각장애인연합회의 지원을 받아 해결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곳 조남현(36'시각장애 1급) 과장은 "시각장애인학교에서 점자로 된 학습 교재를 부탁할 때가 있는데 인력 부족으로 학기가 끝나갈 때쯤 책 제작이 완료돼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인력 부족 탓에 점자도서관의 녹음 도서 제작은 자원봉사자의 손에 맡기고 있다. 자원봉사자 20여 명이 일주일에 한 번씩 도서관에 들러 '목소리 기부'를 하지 않으면 매년 100여 권씩의 녹음 도서를 만들어 낼 수 없다. 7년째 책 녹음을 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백승분(53'여) 씨는 "녹음 전담직원이 있어야 하는데 고충이 많다"고 했다.
최종홍 대구점자도서관 관장은 "점자도서관은 대구시의 유일한 장애인 도서관이지만 자체 건물은커녕 예산 부족으로 점자책을 제작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라며, "시각장애인들의 책 읽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대구시가 점자도서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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