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 노트] 정치인의 말실수

또 말실수다. 언론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정치인의 실수를 꼬투리 잡아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집권 여당의 대표가 2040세대와의 스킨십을 넓히겠다며 만든 미팅 자리에서다. 홍준표 대표는 과거 자신의 대학 시절을 회상하며 "전여옥 의원에게 '이(화여)대 계집애들 싫어한다'고 했다",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자당 후보가 패하자 지도부 사퇴론이 불거졌다는 대학생의 질문에 "꼴같잖은 게 대들고, 이까지 차올라서 패버리고 싶다"고 했다. 대학생 40명이 이 얘길 듣고 있었다.

포털사이트에서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와 '자연산' '보온병'이라는 키워드를 함께 넣으면 수백 개의 글이 뜬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지병으로 타계한 이용삼 전 민주당 의원을 키워드로 넣어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에서 제명당한 강용석 의원과 아나운서를 키워드로 해도 비슷하다. 스트레이트성 기사에다, 그간 정치인의 말실수를 분석한 해설기사도 있다. 기자수첩에다 사설, 칼럼으로까지 확산된다.

언론학계에서는 이를 '가차 저널리즘'(Gotcha journalism)이라는 학술 용어로 설명한다. '가차'는 'I got you'의 줄임말로 '딱 걸렸어'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공인의 실수를 반복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두고 자사(自社) 이익에 반하는 정치인에 대해 칼끝을 겨누는 것, 기자 개개인의 특정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好不好)가 투시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무엇보다 독자가 이런 류의 기사를 좋아한다.

가장 큰 문제는 공인으로서의 언행이다. 품행이 방정해야 할 정치인이 방정맞아서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도, 존경받을 수도 없다. 단 한 번의 실수가 유명 정치인, 존경받는 공인이 그간 쌓아왔던 이미지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언론은 그들에게 호의적이지도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그야말로 가차 없다.

홍 대표는 이에 대해 당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하면서도 "(자신이 태어난) 경상도에서는 가시내(계집애)는 그냥 하는 말"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말이 또 어떻게 회자될지 가슴이 먹먹해진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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