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려하고 사색적인 SF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년)에는 인공지능 컴퓨터 할(HAL9000)이 나온다. 그는 우주선 내부를 관리하는 컴퓨터다. 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 '푸른 다뉴브'가 흐르던 평온한 디스커버리호는 할에 의해 조종당한다. 비우호적인 우주인을 모선 밖으로 쫓아내기도 한다. 모든 것을 맡겼던 컴퓨터가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HAL은 미국 컴퓨터 제조회사의 이니셜에서 앞 철자 한자씩 조합해서 만들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간의 편익을 위해 탄생된 컴퓨터에 의해 인간이 제압당하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관을 할이 잘 보여주고 있다. 붉은 눈알처럼 생긴 외모에 나직하고 건조한 더글러스 레인의 목소리가 더해져 관객들을 소름끼치게 했다.
이후 컴퓨터에 의해 인간이 조종당하고, 급기야 재난을 겪는 영화는 많이 만들어졌다. 불후의 걸작 SF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심판의 날로 인류 종말을 예고하는 것도 스카이넷이다.
할이 SF액션영화에 새로 등장한 것이 '이글 아이'(2008년). 핸드폰, 현금지급기, 거리의 CCTV, 신호 등 모든 전자장치를 조종해 인간을 위협한다. '아이 로봇'(2004년)은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들이 인간 생활의 모든 편의를 제공한다. 로봇이 요리하고, 아이들을 돌본다. 그러나 이 로봇들이 시스템에 의해 인간을 공격한다.
'스텔스'(2005년)에서는 최첨단 전투기가 등장한다. 관제센터의 통제가 불가능할 경우 스스로의 감정과 판단에 의해 독자적인 임무 수행이 가능한 인공지능 전투기다. 그런데 이 전투기가 인간의 통제를 거부한다. 추적불가, 탐색불허, 통제불능. 제3차 세계대전도 일으킬 수 있는 가공할 위력으로 인간을 위협한다.
영화 속 인공지능은 인간의 과학문명의 맹신을 비판하는 수단으로 그려지고 있다.
'넌 누구니?/나는 시리야. 너를 도와주려고 있어./그럼 어디 있어?/ 네가 어디에 있든, 난 네가 있는 곳에 있어./넌 최고야./내가?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사랑해./그런 말 하지마. 스마트폰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야.'
최근 새로 출시된 스마트폰에 내장된 음성인식 시스템과 휴대폰 주인과의 대화라고 한다. 스스로 판단해 인간과 대화까지 가능한 수준에 이른 것이다. 과거 컴퓨터가 단순한 명령어만 인식하던 기술에 비하면 엄청나게 발전했다.
장애를 가진 이들도 편하게 쓸 수 있는 기술이지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할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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