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소진 셰프의 이탈리아 음식열전] 미식여행-(7)에밀리아 로마냐주(州) 볼로냐

부자도시답게 최고입맛 명성 '라자냐'세계별미 톱50에

오늘날 이탈리아 음식이 국제적 명성을 얻는 데 큰 역할을 한 곳은 바로 이탈리아 중북부에 위치한 에밀리아 로마냐(Emilia Romagna)주의 대표 도시인 볼로냐(Bologna)다. 이탈리아에서는 볼로냐 시민(Bolognese)을 두고 '라 그라싸'(La grassa)라고 부른다. '뚱뚱한 사람'이란 이 말은 이 도시의 음식 맛이 너무 좋아서 뚱보가 될 정도로 계속 먹게 된다는 비유에서 유래됐다. 마치 볼로냐를 '이탈리아 미식의 수도'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타지방 사람들의 질투 어린 시선이 담긴 듯하다.

예로부터 이 지역은 롬바르디아(Lombardia) 주의 경계에 흐르는 포 강 유역에 펼쳐진 풍부한 곡창지대에서 재배되는 다양한 농작물과 가축 사육의 발달로 풍족한 생활을 누려왔다. 게다가 로마와 밀라노를 잇는 교통의 요충지로서, 고속도로와 철도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전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우월한 지리적 조건과 볼로냐식 협동조합 시스템의 통합으로 상공업 또한 발달하게 되었고,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유럽연합 내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다섯 도시로 중 하나로 급성장했다.

볼로냐는 예술, 문화, 학문,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실질적인 리더의 역할을 하며, 우리나라의 코엑스 격인 볼로냐 피에라(Fiera di Bologna)에서 국제아동문학박람회, 국제미용박람회, 세계음식박람회 등의 다양하고 권위 있는 행사를 해마다 주최하고 있다. 국제적인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하는 수많은 외국인들은 이곳의 식문화를 자연스럽게 경험한 뒤 하나같이 '볼로냐의 맛'(Sapore di Bologna)을 극찬한다.

얼마 전 CNN이 운영하는 문화생활 사이트에서 '2011년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Top 50'을 선정했는데, 순위에 오른 다섯 가지의 이탈리아 음식 중 두 가지가 에밀리아 로마냐주의 전통식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선전한 음식은 볼로냐의 대표 파스타인 '라자냐'(Lasagna)다. 밀가루와 신선한 계란으로 만든 생 반죽을 얇게 밀어 라구소스와 크림소스를 켜켜이 펴서 5단 이상 쌓아 오븐에 굽는 라자냐는 그야말로 별미 중 별미이다. 특히 가족모임이나 축제 때 사랑받는 음식이기 때문에 이탈리아에서는 엄마나 할머니가 해 주던 감성을 자극하는 추억의 음식으로 통한다.

전통방식의 라자냐를 맛있게 만들려면 무엇보다 면이 가장 중요하다. 반죽에서부터 성형과정까지 일일이 손으로 만드는 몇 차례 작업을 거쳐 부드러운 식감을 살린 수제파스타의 원조가 바로 이곳 볼로냐다.

면의 길이나 넓이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나누어지는데, 어떤 것은 마치 우리네 칼국수와도 흡사하다. 또 설이나 크리스마스 오찬에 즐기는 명절 음식으로도 유명한 '또르뗄리니'(Tortellini)는 고기 국물에 띄워 먹는 모양새와 그 맛이 만둣국과 닮은 점이 참 신기하다.

볼로냐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딸리아뗄레'(Tagliatelle)는 전통 방식의 '미트소스'(Ragu' Bolognese)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낸다. 몇 해 전 필자가 볼로냐 근교 마을의 한 레스토랑에서 주최한 와인 갈라쇼에 참석하여 경험한 딸리아뗄레는 생의 최고의 파스타였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삶은 파스타 면과 소스를 따로 제공하는 방식이 특이했는데 살짝 물어보니 쫄깃하고 부드러운 생면의 맛을 먼저 느낀 뒤 취향에 따라 소스를 넣어 비벼 먹으라는 배려라고 했다. 실제로 그 맛은 그야말로 최고였고, 자신이 준비한 음식에 큰 자부심을 가지는 셰프의 모습에 또 한 번 감동하였다.

이탈리아 전 지역 중 유독 에밀리아 로마냐주의 음식은 세계적으로 대중화가 되어 있다.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맛을 가진 장점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많은 식재료를 이곳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볼로냐와 함께 미식의 도시로 잘 알려진 '파르마'(Parma)는 짜지 않고 달콤한 맛이 일품인 '파르마 프로쉬우또'(Prosciutto di Parma)와 이탈리아 음식에서 올리브유만큼이나 중요한 '파르미쟈노 레쟈노 치즈'(Parmigiano Reggiano)를 만들어낸다. 또 꿈의 스포츠카인 마세라티(Maserati)의 도시로 유명한 '모데나'(Modena)는 전통 방식의 숙성 공법을 자랑하는 '발사믹 식초'(Aceto balsamico)를 생산한다. 빠빠베로 오너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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