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나라에나 아주 오래전부터 연극이 존재했다. 그러니 당연히 연극의 역사는 세계 어느 나라에나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모습의 연극의 기원은 서양에서 그 뿌리를 찾는 것이 보편적이다. 특히 희곡의 근원을 알기 위해서는 디오니소스축제에서 발달한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그 기원을 찾는다. 그러나 이미 그 이전부터 연극은 있었고 이 연극은 원시인의 종교적인 의식에서 출발했다고들 본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제천의식인 원시형태의 종교의식, 즉 원시적인 연극행위였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집단의식에는 마치 현대의 공연예술처럼 춤이 있었고 주술과 같은 주문이 있었으며 노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행사 중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행위가 이어졌다. 이것을 통해 신과 인간의 합일의 경지를 체험하게 되었을 것이다. 또 집단 안에서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친숙감과 함께 공동체 정신이라고 하는 하나의 일체감이 생겼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설날과 추석 때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것, 돌아가신 조상께 제사를 드리는 것 모두 일종의 연극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무당의 굿도 연극이다. 개천절, 광복절 등 국경일의 경축행사도 올림픽, 월드컵 등의 개막식과 폐막식 행사도 격식을 갖춘 행위와 말과 장소가 미리 정해졌을 뿐만 아니라 연습을 통해 준비한 일종의 연극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이론은 연극의 기원을 이야기 말하기라고 부를 수 있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인간의 흥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이야기들이 처음에는 해설자의 행동과 대화를 통해서 전달되다가 점차 각 역할을 다른 사람이 맡아 하는 것으로 변해갔다는 것이다. 이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된 어느 이론은 율동과 체조가 주를 이루는 춤, 또는 동물의 움직임과 소리를 모방하는 것에서 연극의 기원을 찾기도 한다.
다른 이론은 희곡과 연극을 인간의 '유희' 본능에 관련시킨다. 여기서 유희는 오락적인 활동이라는 의미와 특수한 행사 또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되는 놀이라는 의미 등 두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 유명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모방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이 본능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더 나아가서 모방이야말로 인간이 세상을 배우는 주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집단들이 의식을 행했거나 이야기를 만들었어도, 그리고 인간이 모방을 하고 환상을 꾸며내었어도, 모든 사회가 의식으로부터 분리된 연극과 희곡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두 가지의 다른 조건들이 요구되는 것 같다. 즉 연극과 희곡의 예술적 가치를 인식할 수 있는 사회와 연극적 요소들을 높은 질서의 경험으로 구성해낼 수 있는 개인 등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고대 그리스인들이 대체로 연극의 시조로 간주된다. 왜냐하면 서구체계에 알려진 그 형식을 그들이 최초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많은 그리스극을 통해 그것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국 연극사의 관점에서 연극사를 바라본다면 서구의 연극에서 연극의 뿌리를 찾기보다는 우리의 제사의식이나 종교의식 등에서 뿌리를 찾게 될 것이다. 굿, 탈춤, 판소리 등은 증거자료가 될 것이다.
어쨌든 연극의 기원은 어디에서 출발하더라도 의식적으로 '흉내를 내는 행위'라는 본래의 의미에는 변화가 없다. 이 때문에 문학을 인간 행위의 모방이라고 한 정의에 가장 적절한 장르가 바로 희곡인 것이다. 그 정의를 처음 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주로 희곡 장르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가 쓴 '시학'이란 책도 문학의 한 장르인 시에 관한 이론서가 아니라 비극론이라고 하는 연극이론서이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된 문학이론서인 '시학'을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가 썼다는 점, 그 책이 희곡과 연극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 등은 모두 희곡과 연극의 오랜 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안희철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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