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도 스토리가 있다. 이름에도 맛에도 모두 특별한 사연이 담겨있다. 치열한 아이디어 경쟁시대에 음식도 기존의 상식을 깨는 퓨전 음식이 속속 등장한다. 한결같이 획기적인 창작요리다. 이색 메뉴는 그 이름도 새롭다. 미각의 창조, 새로운 맛을 선보이는 퓨전 요리가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맛의 조화, 퓨전 음식
'퓨전'이라는 말은 원래 음악 용어다. 클래식과 대중가요의 만남 같이 서로 다른 장르가 어울려 색다른 음악을 창조하는 것이다. 또한 재즈와 록, 발라드 등 장르가 분명하지 않고 이것저것 섞은 음악을 뜻한다.
이런 음악 용어를 요리에 도입해 격식을 벗어난 재료 혼합이나 조리 방법 등 일반적인 요리상식을 뒤집는 것이 퓨전 요리다. 즉 기발한 아이디어로 맛을 창조하는 것을 말한다. 퓨전(fusion), 크로스 오버(cross over) 요리는 '혼합 음식'이란 뜻이다. 이미 우리에게도 익숙한 단어다.
퓨전 음식은 서양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보편화된 요리 장르다. 동'서양 조리 기법의 장점을 조화시켜 전혀 색다른 맛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색 먹거리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재료들이 한데 어우러져 음식의 맛과 질을 높여주는 이색 먹거리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음식들을 소개한다.
▷갈만탕=만둣국+갈비탕. 갈비탕에 만두를 넣어 만두 맛도 보고 갈비도 먹는 재미다
▷오삼불고기=오징어와 삼겹살의 만남이다. 오삼불고기 전문집이 있다. 대구시 중구 전동 종로골목에 20년 전통의 오삼불고기집(대표 김철용, 257-6670)이다. 간판도 처음부터 아예 '오삼불고기'로 했다. 쫄깃한 오징어를 넣어 삼겹살의 수준을 높였다. 아이들도 좋아하는 음식으로 정착했다
▷갈삼구이=삼겹살과 갈미조개(갈매기 부리 모양의 조개)의 만남이다. 부산에서 유행하는 음식. 이외에도 갈미조개+오리+볶음밥을 뜻하는 '갈오구이'도 있다
▷쭈삼 불고기=주꾸미와 삼겹살의 연합이다. 역시 맛의 업그레이드화를 추구한다
▷낙곱새=낙지+곱창+새우. 낙지볶음집에서 개발한 전골이다. 부산에서 유명한 음식. 이외에도 낙곱(낙지+곱창), 낙새(낙지+새우), 불낙(불고기+낙지), 불낙새(불고기+낙지+새우) 등이 있다
▷오곱전골=오징어와 곱창의 만남이다. 곱창 안에 해산물을 가득 넣은 해물곱창을 오징어와 함께 보글보글 끓여 먹는 음식이다
▷전갈탕=전복+갈비탕. 전복을 넣은 갈비탕이다.
# 환경짜장·냉짜장·된장짜장…이색 짜장면만 20종도 넘어
■ 경산 '정통 천안문' 김종암 대표
경산시 삼남동 남부동사무소 앞에 있는 중국음식점 '정통 천안문' 김종암(55) 대표의 요리사 경력은 39년째다. 김 대표는 30년 전부터 50여 종의 퓨전 중국요리를 개발해낸 주인공이다. 명함에 '짜장 박사'를 새기고 다닐 정도로 자타가 인정하는 짜장면 전문가다.
환경 짜장, 냉 짜장, 왕면 짜장, 해물 짜장 등 이색 짜장면만 20여 종이 넘는다. 1998년엔 된장 짜장면을 개발, 특허출원까지 했다. 최근 개발한 음식은 '삼계 짬뽕'과 '중화 맛 칼국시'다. 삼계 짬뽕은 '삼계탕+짬뽕'으로 삼계탕 맛을 내는 짬뽕이란 뜻이다. 기존의 짬뽕과는 달리, 맵거나 짜지 않고 흰색 국물로 담백한 맛이다. 그래서 어린이들도 좋아한다. 중화 맛 칼국시는 김 가루를 넣어 만든 우동 맛과 칼국수 맛의 통합이다.
김 대표는 '냉 짜장'을 개발해 TV 프로그램 '스펀지'에 출연하기도 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메모를 하는 열정의 사나이다. 정통 천안문 식당의 메뉴에는 이색메뉴가 즐비하다. 짜장면도 된장 짜장면·김치 짜장면·창수 쟁반 짜장 등 다양하다. 이 밖에 사천우동·탕수 볶음밥·찜 탕수육·해물 탕수육·깐풍 해물·유쓸 탕수 등 모두 특이한 이름이다.
요즘은 요일별로 맛을 높이고 가격은 내린 특선요리로 인기를 끌고 있다. 화요일은 된장 짜장면, 수요일은 중화 맛 국시, 목요일은 해물 간짜장 날이다. 삼계 짬뽕은 하루에 선착순 50명에게만 판매한다. 김 대표는 "아직 연구해둔 음식이 즐비하다. 냉 탕수육도 곧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힌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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